서울 아파트 3자녀 나누면 상속세 '반절'...유산취득세 내년 법안 발의

      2024.09.19 05:00   수정 : 2024.09.19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상속세율을 한 차례 건드린 정부가 내년에는 '유산취득세' 전환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미 크게 완화된 세율과 과표구간을 각자 물려받은 금액에 대해서만 적용받는 만큼 세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상반기 중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식화한데 이어 여당 역시 개편 의지를 밝히며 상속세 체계의 전환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처음으로 내년 상반기라는 구체적인 제출 시기를 정해 '유산취득세'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그간 관련 연구와 공청회를 비롯한 논의는 지속됐지만 법안 마련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세부담은 자녀수 반비례...아파트 상속세 '반절'
현행 상속세는 1억원 이하 10%, 1억 원 초과 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30%, 10억 원 초과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로 구간별 세율을 적용한다. 상속 여건에 따른 공제를 적용하면 일부 금액에 대한 세율을 재차 감면하는 방식이다.

이 때 세율을 적용하는 금액은 '물려주는 금액 전체'가 된다. 10억원의 재산을 3명의 자녀에게 고르게 물려주더라도 10억원 전체에 맞춰 세율을 적용한다. 공제를 제쳐놓고 단순하게 계산하면 30%인 3억원의 상속세를 각 자녀가 1억원씩 부담하는 셈이다.

'유산 취득세'는 반대로 자녀 한 명씩 물려받는 '3억원 플러스알파'에 각각 세율을 적용한다. 자녀 3명이 내야 하는 세금은 '5억원 이하' 대한 20%로 66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정부 입장에서 걷는 세금 총액 기준으로 놓고 보면 3억원에서 2억원으로 3분의 1이 사라진다.

6월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은 12억2155만원으로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구간에 들어가 있다. 이 경우 3자녀가 나눠 상속을 받으면 과표 구간이 '5억원 이하'까지 2단계 아래로 내려간다. 이 때 세부담은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일괄공제·누진공제 등을 적용하면 세부담은 단순 상속세율만을 놓고 계산했을 때보다 더 줄어들게 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일괄공제는 유산취득세가 도입될 경우 폐지가 필요하다"며 "배우자 자녀 등 상속인별 공제액 규모는 현행 상속세 공제액 등을 감안해 따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표·세율...재논의 가능성↑
문제는 정부가 이미 올해 제출한 세법개정안에서 한 차례 기존 상속세 체계를 손봤다는 점이다. 1인당 5000만원인 자녀공제액을 5억원으로 바꾸고,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추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기존 최고구간이었던 '50억원 이상'이 없어지며 최고 세율도 40%에 천장을 두는 만큼 고액의 상속 부담을 한 차례 줄인 방안이다. 올해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5년부터 시행된 후 2026년부터 유산취득세를 재차 도입하면 세부담 완화가 2차례 중첩돼 일어날 공산이 크다.

당장 올해도 10조원 가량의 '펑크'가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정부의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상속 금액이 클 수록 세부담 규모도 커지는 구조를 가진만큼 과표구간과 세율의 재논의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회에서는 당장 올해 상속세 완화 방안 역시 '부자감세'를 이유로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유산취득세는 공평성과 재산 분배 효과가 크고 각자 능력에 맞게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응능부담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며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허위 분할신고가 성행할 우려가 있고, 유산분할의 실태에 관한 공시가 갖춰지지 못하면 적정한 세무집행이 곤란한 점 등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