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쩐의 전쟁' 격화
2024.09.18 16:47
수정 : 2024.09.18 16: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쩐의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영풍측 장씨 일가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에 나서 최씨 일가의 반격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장씨 일가의 영풍측이 투입하는 실탄은 최대 2조원을 넘는다.
■최씨 일가, 우호 지분확대로 뒤집기 고심할 듯
18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현대차, 한화, LG 등 우호 관계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우호지분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 LG화학 등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우군의 지분율은 17.3% 수준이다. 현대차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미국 현지법인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를 확보한 바 있다. 주당 50만4333원으로 투자규모는 약 5272억원이다. 최씨일가 측이 허를 찔린 만큼 기존 대기업 우호세력의 지분을 늘리는 등 맞대응에 나서야 뒤집기가 가능한 형국이다. 이 때문에 해당 대기업 대상으로 물밑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최씨일가와 장씨일가의 지분이 우호지분을 합쳐 각각 33%대로 비등하고 유동물량은 22%에 불과해 어느 쪽이 시중에 거래되는 물량을 선점하느냐 가 최대 관건이다. 최씨 일가측의 우호세력이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뛰어든다면 쩐의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뛰어넘을 수 있어서다. 추석 연휴에는 소액주주 모임 액트와 울산시 등이 전면에 나서 최씨일가에 힘을 보탰다.
법적대응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일가의 고려아연 측은 연휴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풍을 상대로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한 배경과 계약 과정에서 문제 여부 등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다.
■장씨 일가측, 공개매수 역대 최대규모 실탄 투입
앞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유동물량 중 7%~14.6%를 확보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NH투자증권에서 1조5000억원을 단기 차입하는 등 공개매수에 최대 2조1332억원 투입할 계획이다.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최대 규모다. 최대 14.6%를 확보할 경우 장씨측 지분(33.2%)은 48%에 육박하게 된다.
다만, 전체 지분의 과반을 넘기기 위해선 양측 모두 16%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한다. 국민연금, 자사주(2.4%) 등 기관 지분을 제외하면 실제 유통 물량은 22.9%에 불과하다. 16%이상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유동물량이 말라가면서 주가도 뛰어오를 것으로 보여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당장은 22.9%중 절반이 넘는 12%가량을 확보하는 쪽이 경영권 굳히기를 할 수 있다. 나머지 10%가량을 확보해도 지분율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MBK측이 최대 14%대로 내다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최씨 일가는 우호지분을 포함해 33.2%를 확보,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해왔다.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최씨 오너가 15.9%는 물론 LG화학, 현대차 등 17.3% 규모 우호지분을 통해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1.82%에 불과해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많았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오너가는 우호지분 33.1%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 지분율은 25.4%다. 통상 국민연금(고려아연 지분율 7.8%)이 경영권 분쟁에는 거리를 두는 것을 감안하면 영풍의 장씨 일가로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MBK파트너스와 손잡는 게 신의 한수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날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시도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부인하며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를 약탈적 투기 자본'으로 규정하고 국가기간산업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