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로 날아간 '그린닥터스 봉사단'..몰려든 환자로 진료 '구슬땀'
2024.09.17 21:12
수정 : 2024.09.17 23: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싼테니, 나쿠펜다(Thank you, I love you)."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아프리카 케냐를 찾아 무료 의료봉사활동에 들어간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17일 진료를 받기 위해 몰려든 현지 주민과 근로자들의 감사 인사말을 이같이 전해왔다.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온병원그룹 원장)은 의사 5명을 포함한 15명의 봉사단이 지난 12일 부산을 출발해 오는 23일까지 11일간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마라 등에서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50, 60대 중견의사 5명을 포함한 그린닥터스 케냐의료봉사단은 지난 13일 새벽 인천공항을 떠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공항을 경유해 케냐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하자마자 14일부터 곧바로 한인기업인 최영철 회장이 경영하는 사나그룹 가발공장으로 달려가 짐을 풀었다.
수도 나이로비 롱가롱가 로드 인근 사나그룹 마레바 공장에는 주로 케냐의 여성근로자들 8000여명이 일하고 있었다고 했다. 나이는 젊은 20대에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나 20, 30대가 주를 이루며 마치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기 '여공들'을 떠올리게 했다는 것이다.
안과를 비롯해 가정의학과, 피부과, 내과, 정신과 등의 그린닥터스 임시 진료실에는 케냐 근로자들이 몰려 들었다고 했다.
안과전문의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온병원그룹 원장)은 "다만 적도부근의 케냐는 햇볕이 강한데다 가발 염색약의 노출 탓인지 안건조증이나 피부가려움증, 두통 등을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많았다"고 전해왔다.
정 이사장은 장시간 서서 하는 작업이어서 관절계통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탄자니아 다음으로 경제개발에 성공적인 나라지만 국민소득 2000달러로 우리나라 1970년 수준에 불과하다.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김상엽 박사(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은 "월 20만원의 급여로 최소 두 명 이상의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케냐 가정마다 적잖이 생활고를 겪고 있고 이 때문에 주부근로자들은 대개 우울증을 갖고 있었다"며 전해왔다.
BTS(방탄소년단)의 나라 코리아에서 의료봉사단이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젊은 여성근로자들 사이에 SNS로 알려지면서 환자 3000여 명이 구름떼로 몰려왔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현지 주민들이 진료실 앞에서 400여 명이나 줄지어 서 있었다고 봉사단은 전했다.
천성이 부지런한 케냐인들이 빨리 치료받고 일터로 나가기 위해 새벽 댓바람에 달려왔다는 것이다.
안과전문의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정종훈(가정의학과전문의), 김상엽(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박석주(인제의대 부산백병원 신장내과교수), 윤선희(온종합병원 이사장) 등 의사 5명은 구름 떼 환자들을 보고 당황스러웠으나 마치 근로자들을 자식인양 "마지막 한명까지라도 그냥 보내지 말고 그린닥터스에서 진료해 달라"고 읍소하는 바람에 이미 대기하고 있는 500명에다 대기실 밖 2000명까지 모두 대기실로 안내해 폭풍 진료에 돌입했다고 전해왔다.
사나그룹도 그린닥터스 봉사단의 열정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고 한다. 최영철 회장이 직접 나서고 앤젤스 직원들이 모두 환자접수나 약국에 배치돼 그린닥터스 봉사단의 통역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봉사단은 하루 7시간 동안 선 채로 진료하면서 단 이틀 동안 3000명의 케냐 주민들을 진료했다고 전해왔다.
그린닥터스 의료진 뿐 아니라, 박명순 사무총장, 강순영 이사, 윤지민 이사 등도 의사들의 처방에 따라 약을 분류하고 통역을 통해 일일이 복약지도(?)까지 하는 등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리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아리카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봉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따뜻한 이미지를 검은 대륙에 심고 있다는 자부심에 피곤을 잊고 있다"며 "특히 이번 의료봉사를 위해 수개월에 걸쳐 케냐 사나그룹의 현지와 소통하면서 봉사 장소, 숙소준비 등을 해준 그린닥터스 사무처 간부들과 현지 사나그룹 최용석 대표이사는 물론 한국약품과 신명약품 등 한국에서 의약품을 지원해준 제약·의약품유통회사, 부산은행 등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추석인사를 보내왔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