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면허 주고 면허반납제 개선...고령자 교통사고 해법 찾는다

      2024.09.20 15:00   수정 : 2024.09.20 1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중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할 경우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제도를 개선하고, 제한된 조건에서만 운전할 수 있는 조건부 면허, 자동차 첨단 안전기술 보급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서울시와 국민권익위원회는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교통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정부·지자체·시민단체·협회 등 교통 분야 전문가들은 고령자 면허제도 개선 방안을 비롯해 교통사고 예방 등 교통안전을 위한 의견을 공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고령 사회 진입, 복잡해진 교통환경 등 다양한 사회 변화를 맞이하면서, 이를 반영한 정책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개인별 실제 운전 능력에 따른 맞춤형 운전면허 제도로 개선하거나 자동차 안전장치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등 제도적·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초고령 사회의 교통안전 정책과 기술'을 주제 발제했다. 한 교수는 "운전면허 반납, 조건부 면허 제도 등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고위험자 면허제도 개선과 에너지 흡수 도로 시설 및 보행자 안전시설 등 안전시설의 개선·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가해자 연령대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65세 이상이 1.8명으로 31~40세 0.5명의 세배가 넘는다.
돌발상황에 대한 반응시간도 일반운전자는 0.7초인데 고령운전자는 1.4초로 두배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43년엔 전체 인구 3명 중 1명이 고령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령 운전자에 대한 안전대책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운전면허 반납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고령자의 반납율은 매년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한 교수는 도시 거주 고령자에게는 지하철 무료이용 등 혜택을 통해 반납을 권장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농촌 거주 고령자들에게는 조건부 면허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기적성검사 등을 통해 조건부 면허를 발급받을 경우 운전시간이나 운전거리, 운전 가능도로 등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첨단 안전기술을 적극적으로 보급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교수는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장착을 의무화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ADAS는 사고 위험을 알리고 운전자를 대신해 차량을 제어해주는 시스템이다. 자동긴급제동장치(AEBS), 차로이탈경보장치(LDWS), 사각지대 경보시스템(BSCWS), 후진 보조장치, 졸음경고 시스템 등이 모두 ADAS에 해당된다.

유럽연합(EU)은 올해까지 모든 신차에 ADAS 장착을 의무화했다. 미국, 호주, 일본 등에서는 고령운전자 관련 정책으로 주기적 면허갱신 및 의무적성검사, 건강상태 이상시 운전면허 재심사, 제한적 운전면허 발급, 운전면허 반납 시 다양한 혜택 제공 등 고령자 안전운전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특히 일본은 고령운전자에게 서포트카S만 운전 가능한 한정면허(서포트카 한정면허)를 신설하고 65세 이상 고령자가 운전면허증을 반납할 경우 실버패스를 제공해 대중교통할인, 택시요금 할인, 마트 무료배송 서비스 제공, 예금금리 우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포트카S는 비상자동제동장치,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장치 등의 기능을 갖춘 고령자에 특화된 차량이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시 교통운영과 김상신 과장은 "개인별 운전능력을 실질적으로 검증해 그에 맞는 운전면허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65세 이상 버스·택시·화물 등 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운전자격 유지 검사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지연환 계장도 "연령과 관계없이 신체·인지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운전자에게 일정 조건에서만 운전을 허용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에 대한 연구하고 있다"며 "조건 부과 기준 및 대상을 마련한 뒤 도로교통법 개정안 및 세부 운영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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