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지휘부 타격 속에 이스라엘과 전면전 가능성 확산
2024.09.22 15:09
수정 : 2024.09.22 16: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충돌이 지상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주 헤즈볼라 대원들이 소지한 무선호출기와 무전기가 연쇄 폭발한데 이어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정예 라드완 부대의 고위 지휘관이 사망하면서 양측의 공습이 격렬해지고 있다. 미국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37명 중 16명이 헤즈볼라의 라드완 부대 최고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을 비롯한 지휘관들이라며 조직이 크게 타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아킬을 포함한 라드완 부대의 고위 지휘관들이 지하에서 회의 중이던 베이루트의 한 빌딩을 공습했다. 미국 워싱턴연구소의 연구원 매슈 레비트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전투 능력을 이끄는 요원들을 노리는 등 매우 계산적인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비트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아킬의 사망으로 지휘부에 큰 공백이 생기고 헤즈볼라의 전투 능력에 큰 구멍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라드완 부대는 침투 작전을 위한 훈련을 받은 부대로 이스라엘은 이들을 주요 공격 목표로 지정해왔다. 저널은 헤즈볼라가 무선 기기 연쇄 폭발과 아킬의 사망으로부터 사기를 되찾으려 노력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추가 공습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거의 1년 가까이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대신 레바논과 인접한 북부 지역에 더 작전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전면전이 임박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후속 군사 작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주 삐삐와 무전기 연쇄 폭발 등으로 레바논에서 최소 39명이 사망하고 약 2000여명 이상이 부상으로 수술을 받자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양측은 지난 2006년에 한차례 대규모로 충돌한 바 있다. 헤즈볼라는 22일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100여발을 발사해 일부는 북부 하이파에 떨어져 최소 3명이 다치고 건물과 자동차들이 피해를 입었다.
미국 고위 군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중동의 미국 우방국들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을 시작하면서 지역의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당초 이스라엘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를 순방하려던 계획을 취소했으며 미 국방부는 항공모함 USS 해리 S 트루먼을 23일까지 지중해 동부로 이동 배치를 지시해 이미 현지에 있는 항모 USS 에이브러햄 링컨과 합류하도록 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레바논 거주 자국민들에게 떠나고 여행 자제령을 내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많게는 5만명을 선박 등을 동원해 인근 키프로스로 대피시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미 국무부는 이날 "미국 시민들에게 상업적 선택지가 남아 있는 동안 레바논을 떠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상업용 항공편 이용이 가능하지만 수용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며 안보 상황이 악화할 경우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출국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인 중동연구소의 고위 연구원 랜다 슬림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지휘와 통제 능력이 약해졌지만 휴전에 합의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