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고소사건 배당...기업수사 '신호탄' 될까?
2024.09.22 17:48
수정 : 2024.09.22 17: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검토에 착수했다.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경우 심우정 검찰총장이 취임 이후 사실상 첫 기업 관련 사건이 된다. 심 총장이 밝힌 “경제범죄 수사 강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고려아연의 계열사로 분류되는 영풍정밀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장형진 영풍 고문과 MBK파트너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고소한 사건을 지난 20일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영풍정밀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단일 최대주주로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장씨 일가의 영풍 측이 아니라 고려아연 측으로 인식된다.
영풍정밀이 최 회장 측 고소인으로 나선 이유는 이 회사가 영풍 지분 4.39%를 보유한 주주이기 때문이다
영풍정밀은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약 33%)을 MBK 측에 저가로 넘겨 영풍 주주 등이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됐다”며 “밀실 공모로 이뤄진 계약으로 MBK가 이득을 취하게 된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심 총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촉각은 정치권 외풍과 내부 갈등의 돌파구를 ‘기업 수사’에서 찾을지 여부로 쏠렸다.
심 총장은 지난 19일 취임식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역량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부패범죄, 경제범죄에 집중시키겠다"고 천명했고, 법무부도 검찰 고위급 인사를 통해 전국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지낸 구승모(사법연수원 31기) 법무부 법무심의관을 임명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적인 사건을 두고 검찰 내홍이 벌어진 상황에서 신임 총장이 정치 관련 수사를 강하게 이어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기업 수사를 통해 검찰 수사의 성과를 보여주려는 모습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공교롭게 심 총장 취임 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건이 사회적 주목을 받으며 검찰에 넘겨졌다.
일반적 경제 범죄와 달리 기업들 사이의 ‘분쟁’이지만, △영풍 측이 맞고소 혹은 다른 사건으로 고소할 가능성이 있는 점 △다른 제3자의 고발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불법 정황이 드러날 수도 있다.
여기다 검찰이 공정거래조사부 인원을 더 늘리고 반부패수사부를 기업 수사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기업 수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2022년 3월 서울중앙지검은 기업 수사를 강화한다는 기조로 공정거래조사부에 12명의 검사를 배치한 바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정거래조사부 등에 검사 수를 늘리는 방법을 통해 기존 사건들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고 추가적인 사건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며 "총장의 기조에 따라 반부패수사부가 적극적으로 기업 수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