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쇼핑 중심가 연휴에도 한산… 매장 절반이 비었다

      2024.09.22 18:14   수정 : 2024.09.22 18: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서울=이석우 특파원 박종원 기자】 중국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베이징의 주요 상점가와 거리는 예전 같지 않았다. 빈 상점과 사무실, 텅 빈 거리가 현재 중국 내수시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내수침체는 주요 원자재 가격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 추석 명절 '중국의 이태원' 베이징 차오양구 싼리툰의 상점가와 식당들. 이곳은 랑콤, 로레알, 에스티로더, 퓨마, 나이키, 아디다스, 구찌, 루이비통 등 외제 화장품과 신발 및 명품매장, 가전제품점에 벤츠 등 외국산 자동차 매장까지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휴일을 맞아 젊은이 등 방문객들로 모처럼 활기가 돌았지만 업주들은 판매액이 별로 늘지 않았다고 아우성이었다.

■왕징 소호 사무실도 30% 비어

젊은이의 명소로 꼽히는 싼리툰 소호에서 제법 잘나가는 식당인 '레스토랑 화뉴'의 한 관계자는 "손님이 30%가량 줄었고, 판매되는 메뉴도 예전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200~300위안(3만7510~5만6265원)대를 찾는 등 절약소비가 두드러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싼리툰 소호 빌딩1의 3~4층은 절반 가까이 비어서 대낮에도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젊은 여성들이 즐겨 찾던 네일숍, 피부관리센터, 안마숍, 잡화점 등은 문을 굳게 닫은 채 잠겨 있었다.

지갑을 닫은 소비자와 줄어든 매출 속에 베이징 대부분 지역의 사무실 건물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베이징본부, 배달운송 앱 운영사인 메이퇀, 부동산대기업 녹지그룹, 중국 항텐그룹 등 중국의 대표적 플랫폼기업과 대기업 및 벤처들이 몰려 있는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 중심부. 이 지역 시그니처 건물 격인 왕징 소호 역시 비어있는 사무실이 30%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 정부, 소비진작 안간힘

내수부진이 계속 깊어지자 만두와 면 종류로 유명한 대만계 음식체인 딘타이이펑도 10월 31일까지 베이징의 대표적인 플래그십 궈마오 매장을 비롯, 중국 내 14곳 매장의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영업허가를 취소하고 문을 닫은 국수 가게만도 2만9000개를 넘었다. 소매정보 플랫폼 링크숍 최근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최소 74개 식음료 브랜드의 매장 400여개가 문을 닫았다.

경제둔화 속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고가 식당일수록 생존과 가격경쟁에 내몰렸다. 베이징시 당국에 따르면 연 매출이 200만위안(약 3억8000만원)을 넘는 요식업체들의 올 상반기 이익은 1억8000만위안(약 3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8% 줄었다. 팅위엔자런, 칭화이옌 등 고급 식당들도 자존심을 접고 다중덴핑과 같은 식당 소개 앱에 50~70% 가격을 인하한 세일식단을 선보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석유·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하락

1992년 이후 30년 넘게 '세계의 공장' 역할을 맡아 주요 원자재를 빨아들였던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갈 곳 잃은 원자재들이 시장에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락한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려면 중국 경제가 나아져야 한다며 앞으로 원자재 시장의 핵심 고객이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배럴당 71.95달러로 장을 마쳐 연초와 비슷한 가격을 나타냈다. 유가는 중동의 전면전 가능성이 불거진 지난 4월과 7월에 일시적으로 80달러 초중반에 이르렀으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19일 시세는 올해 들어 약 1.6% 상승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약 11% 내려간 수준이다.

다른 산업용 원자재 가격 역시 시세가 밀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보도에서 미국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을 인용해 국제 철광석 시세가 전날 기준 t당 90.25달러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고 전했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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