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겨울 타령’에도… K반도체, HBM 갈 길 간다
2024.09.22 18:37
수정 : 2024.09.22 18:37기사원문
■ 모건스탠리 또 겨울타령...K반도체 "갈 길 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HBM을 비롯한 메모리 업황 비관론을 내놓았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AI발 메모리 시장을 겨냥한 고부가 제품 개발에 열중할 것이란 입장이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보고서는 메모리 업황 회복의 주역으로 꼽히는 HBM가 내년 과잉 공급에 접어들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범용 D램이나 낸드 수요가 뒷받침하지 못하며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올해 4·4분기 정점을 찍고 점차 하락세를 탈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을 내놨다.
반도체 업계는 모건스탠리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3년 전의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3년 전인 2021년 8월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 둔화를 예견하며 당시 내놓은 보고서의 제목을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라고 붙여 발간했다. 당시 '피크 아웃' 분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실제로는 2022년 말이 되어서야 실적하락이 나타났다. 이마저도 모건스탠리의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모건스탠리는 11월 '메모리 가격이 약세이긴 하지만 4·4분기 가격은 연구원들의 예상보다는 '덜 나쁜'(less bad)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반성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는 '흑역사'를 남기기도 했다.
한 미국 소재 경제연구소는 HBM과 표준형 D램의 가격과 고정비용·가변비용 등을 기반으로 추산한 결과 HBM의 영업이익률이 53%로 표준형 D램(35%)보다 높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예측처럼 HBM의 공급과잉이 일어나 HBM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HBM 공급과잉 우려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HBM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사업 영역이 겹치는 미국의 마이크론에 대해서는 투자 의견을 조정하지 않은 것부터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말했다.
■ "AI서버에서 車까지"...K반도체, HBM 영토 넓힌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HBM의 영토를 기존 AI서버에서 차량용 반도체로 넓히면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5단계 완전자율주행 구현에 현재의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턱없이 부족해 2027년 이후로는 HBM 적용이 필요하다는 완성차 업계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HBM의 미래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연 '자동차 전장 포럼 2024'에서 자동차용 7세대 HBM인 HBM4E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 공급사 중 유일하게 차량용 HBM 납품 중이다. 구글 자회사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웨이모의 차량에 3세대 HBM(HBM2E)을 공급 중이다.
한편, 26일 메모리 업황의 풍향계인 마이크론이 2024 회계연도 4·4분기(6~8월) 실적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마이크론 실적은 메모리 업계의 주요 지표로 꼽힌다. 앞서 지난 분기 마이크론은 HBM과 범용 D램의 선전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81.5% 증가하며 증권가의 예상치를 웃돈 바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