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뮤지컬이라… 아니까, 더 재미있는 뮤지컬!

      2024.09.23 18:16   수정 : 2024.09.23 18:16기사원문
아는 맛, 아는 재미가 무섭다. 지난 2018년 초연 후 네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이 관객의 배꼽을 잡고 있는 가운데,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은 '킹키부츠'도 공연장을 후끈 달구고 있다. 23일 공연계에 따르면 오는 11월에는 2년 만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돌아오고 한국 초연 20주년을 맞은 '지킬앤하이드'와 5년 만에 삼연을 맞는 '시라노'가 12월 관객을 만난다.



■'경롤라' 서경수 매력에 풍덩 '킹키부츠'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킹키부츠' 공연장은 관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관객들은 "나만 기다린 게 아니었구나", "흥으로 주체 못하는 관객 속출", "흥겹고 화려한 킹키부츠" 등 의견을 쏟아냈다. 감동적인 실화 소재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 화려한 무대와 춤으로 쇼 뮤지컬의 미덕을 뽐낸 '킹키부츠'가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았다.

'킹키부츠'는 아버지에게 구두공장을 물러 받은 초보 사장 찰리(김호영·이석훈·김성규·신재범)와 당당하고 유쾌한 여장남자 롤라(박은태·최재림·강홍석·서경수)가 화려한 디자인의 부츠를 만들며 폐업 위기의 구두 공장을 되살린다는 내용의 뮤지컬. 1979년 영국 노샘프턴에서 있었던 신발 공장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지난 201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연극과 뮤지컬 분야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음악상·안무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전설적 팝가수 신디 로퍼가 뮤지컬 작곡에 처음 도전해 여성 작곡가 최초로 토니어워즈 작곡상을 수상한 새 역사도 썼다. '킹키부츠'는 편견과 억압에 당당히 맞서는 '롤라'의 존재감과 그와 함께 하는 엔젤들의 군무가 압권이다. 어린 시절부터 빨간 하이힐을 즐겨 신었던 롤라는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한때 프로 복서로 활동한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여장남자로 살아간다. 우연한 기회에 찰리를 만나 구두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다.

'유혹의 그 이름, 오! 힐은 영원하리(섹스 이즈 인 더 힐)', '랜드 오브 롤라' 등 신나고 파워풀한 무대부터 '이해해줘요. 내 모습 그대로(홀드 미 인 유어 하트)'라며 자신을 외면했던 아버지를 위해 애절하게 부르는 울림있는 무대까지 만나볼 수 있다. 출연자 중 가장 남성적 매력을 지닌 배우들이 가장 여성적인 옷을 입고 매력을 뽐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우아한 '경롤라' 서경수는 첫소리, 첫 몸짓에 관객을 홀린다. 벌써 4번째 '찰리'로 분한 이석훈은 안정적이다. 뮤지컬 '하데스 타운' 속 에우리디케와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내는 '로렌' 역 김환희의 변신은 즐겁다. 찰리·롤라의 성장과 우정뿐 아니라 공장 직원들까지 모두가 함께 고난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훈훈하다. 마지막 넘버 '힘들 때 곁에 있을게'라는 경쾌한 리듬의 '레이즈 유 업'을 듣다보면 바닥났던 에너지가 다 충전된 기분이 든다. 11월 10일까지.

■인생 역전 블랙코미디 '젠틀맨스 가이드'

'젠틀맨스 가이드'는 '레미제라블', '베르사유의 장미'처럼 유럽 배경 드라마 장르나 '시카고'와 같은 미국식 쇼 뮤지컬이 대세인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코미디 장르다. 코미디는 영화나 드라마도 만들기 까다롭다. 190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이 뮤지컬이 그 어려운 것을 해낸다.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인 '젠틀맨스 가이드'는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송원근·김범·송우현)의 인생역전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어머니의 죽음 후 자신이 귀족 가문의 아홉 번째 상속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가문의 주인이 되기 위해 서열 높은 후계자를 하나둘씩 제거하는 과정을 재치있게 그렸다. 귀족 가문의 후계자 '다이스퀴스'는 정상훈·정문성·이규형이 1인 다역에 도전해 단 15초 만에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하는 '퀵체인지'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지난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토니어워즈 등 뮤지컬계 주요상을 휩쓴 이 작품을 국내에선 원작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현지화 하는 '논 레플리카' 방식으로 제작했다. 사회상을 풍자한 재치 있는 대사와 코믹한 몸짓, 기발한 무대 연출이 관전 포인트. 키스 장면을 "후르르쩝쩝"이라는 소리로 표현하고 "독약을 술에 타건 차에 타건 빨리 타야지 내 속이 안타지"라는 가사로 웃음을 터뜨린다.
주인공 몬티의 살인 여정은 요절복통 소동극이나 다름없다. 부자들의 멍청한 탐욕 덕에 조금만 손을 써도 쉽게 죽음의 덫에 걸려들어 이 작품의 뮤지컬 넘버 제목처럼 "예상 못했었어"를 연달에 부르짖게 된다.
순정남 몬티는 권력을 쥐면서 사람이 달라지고 양다리도 걸친다. 언젠가는 몬티 역시 '또 한명의 다이스퀴스 사망'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10월 20일까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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