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결자해지 책임

      2024.09.23 18:29   수정 : 2024.09.23 18:37기사원문
윤석열 대통령은 좀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체코에서 원전 수주 확약받느라 고생고생하고 돌아왔는데,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닥을 치는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30%를 오르내리는 지지율은 득표율 48.56%에 비하면 대폭락이다.

보수들도 셋 중 하나는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뚝심'이다.
전임 정권들이 알고도 손대지 못한 개혁을 실행에 옮겼다. 연금개혁이 성공하면 역사에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노동개혁은 노조 회계 공개라는 작은 성과는 거뒀다. 그러나 더 진전이 없다. 예상보다 강한 의사들의 반발에 의료개혁도 지난(至難)한 국면이다. 국민들도 장기화에 지쳐가고 있다.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에 부딪히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뚝심 정치는 아직은 먹혀들지 않았다. 야당은 개혁의 성공을 가로막으려는 듯 정치공세를 퍼부었다. 방어에 힘을 다 빼앗겨 개혁의 칼날도 무뎌졌다. 야당은 의료개혁에서조차도 교묘하게 정부와 의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이미 절반이 훅 지나갔다. 정치 문외한의 시행착오도 이젠 용납되지 않는다. 나머지 임기를 성공적으로 보내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지난 2년 반의 반추(反芻)다. 꼭 반성이 아니라 반추라고 한 것은 단지 한 번쯤 돌아보기만이라도 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앞으로의 대통령 정치에 발전이 있다.

좋은 의미의 뚝심은 특히 반대파들에 의해 불통과 아집이라는 나쁜 의미로 변질되어 각인됐다. 개혁은 때로는 소통과 경청을 멀리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골방에서 고뇌에 찬 결단으로 개혁이 이뤄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익집단의 결속력이 차돌처럼 강한 이기주의 전성기인 것이다.

윤 대통령이 몸담았던 검찰의 분위기도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부장검사가 일 못하는 평검사를 향해 불같이 화를 낼 수 있지만 대통령의 격노는 왕정 냄새를 풍긴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크고 작은 결정을 할 때 넓게는 민의(民意)를, 좁게는 참모진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소신도 훼손됐다. 윤 대통령 자신도 직접 겪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재연됐다. 윤 대통령의 소신인 검찰 독립이 현재의 검찰에서 지켜진다고 할 수 없다. '디올백' 사건은 억울하더라도 총장을 패싱하지 않은 검찰의 독자적 통일된 판단으로 수사함이 옳았다.

치국(治國)에 앞서 제가(齊家)를 해야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제가에 실패했다. 지지율 하락에 일조한 김건희 여사의 갖은 구설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하고 처리했어야 했다. 보수 쪽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김 여사의 '민정시찰'은 참모들이 제지했어야 했고 그보다 먼저 윤 대통령이 차단하는 것이 좋았다고 본다.

역대 가장 강력한, 폭주족 같은 야당을 만난 것은 윤 대통령으로서도 불행이다. 야당과 싸우느라 추진력의 절반을 잃었다. 그러나 투쟁이 본질인 정치의 한가운데에 있는 정치인으로서는 숙명이다. 극한 대립의 산물이 타협과 양보라는 정치의 속성을 윤 대통령이 이제는 깨달을 때가 됐다.

정국 경색은 윤 대통령 손으로 결자해지할 길밖에 없다. 공세를 중단시키고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강력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역대 유능한 대통령들이 어떤 놀랄 만한 수단을 부렸는지 스스로 알아볼 도리뿐이다. 그것에는 때로는 어떤 희생이 따르기도 했다. 가령 국민 앞의 사과는 부끄러운 것도 두려운 것도 아니다.

예전의 법대로 하는 검찰총장이 아니라 지금은 정치를 알아야 하는 대통령 신분이다. 법적 판단과 정치적 결정은 다른 것이다.
쇳덩이 같은 단단함보다 스펀지 같은 유연함이 정치에서는 더 유용할 수 있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보기 바란다.
아직 뚝심을 성공시킬 수 있는 2년 반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다.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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