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바다' 레바논… 이스라엘-헤즈볼라 18년 만에 전쟁 위기

      2024.09.24 18:05   수정 : 2024.09.24 18:05기사원문
이스라엘이 23일(현지시간) 헤즈볼라(친이란 무장정파 )를 겨냥해 레바논에 대규모 폭격을 단행하면서 18년 만에 양측 간 전면전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사망자가 500여명에 달하고 부상자까지 수 천명이 나오면서 국제 사회가 더 이상의 확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이·헤즈볼라 전면전 임박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와 동부에 최근 24시간 동안 약 650차례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시설 110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무선호출기(삐삐) 폭발과 최고위급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 폭사 등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헤즈볼라가 전날 단행한 수 백발의 로켓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공습 이후 "오늘은 중요한 정점"이라며 "우리는 (헤즈볼라)로켓과 정밀 탄약 수만 발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민간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이 35명과 여성 58명을 포함해 최소 49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최소 1654명으로 집계됐다. 2006년 한 달 넘게 이어졌던 2차 레바논 전쟁 당시 레바논측 사망자 수 추정치(1191명)의 절반에 육박한 인명 피해 규모다.

파이낸셜타임스(FT)등 매체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레바논 현지는 전쟁과 같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남부 국경 지역에선 이스라엘군의 대피를 권고 메시지에 수만 명이 피난에 나서면서 베이루트로 이어진 고속도로는 피난민으로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양국 국경인 '블루라인'을 넘어 진격하는 전면전 가능성을 재차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헤즈볼라를 국경 인근에서 멀리 밀어내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할 것이다.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필요시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감행할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다음 단계의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 폭격은 지난 20년간 건설된 헤즈볼라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사전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스라엘 움직임에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 핵심인 이란도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중동 지역의 확전 우려는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을 "미친 짓"이라고 비난하며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새로운 모험이 위험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야만적인 침공이자 전쟁범죄"라고 비난하며 헤즈볼라와 레바논 국민에 연대를 표명했다.

■ "전면전은 막아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전면전이 임박했단 관측이 나오면서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블루라인 양쪽에 있는 민간인의 안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인명 손실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프랑스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아랍국가인 요르단은 레바논과 연대 입장을 밝히며 "이스라엘의 침략행위에 대해 유엔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모든 당사자에 자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레바논의 안정을 유지하고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영향력 있는 당사국들이 역내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역할과 책임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후 중동에 병력을 추가로 파병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동에는 미군 4만명 가량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번에 추가 파병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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