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쏟아진 디딤펀드···상품별 차이는?

      2024.09.25 15:02   수정 : 2024.09.25 15: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서유석 회장 취임 초기부터 운을 띄우며 출시에 공을 들였던 ‘디딤펀드’가 첫 선을 보인 가운데 상품별로 편입 대상 및 전략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협은 이를 통해 원리금보장 상품에 대거 쏠려있는 퇴직연금 시장 구도를 재편하겠단 계획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총 24개 운용사에서 각 1개 디딤펀드 판매를 개시했다.

다음 달 판매되는 대신자산운용 상품까지 포함하면 총 25개다. 은행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에 대거 담겨있는 국내 퇴직연금 자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가져와 실질적 노후 준비를 돕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게 취지다.


이번에 나온 25개 상품 중 10개는 각 운용사가 기존에 운용하던 밸런스드펀드(BF)를 상품명 변경을 통해 냈고, 나머지 15개는 새롭게 출시됐다. BF는 사전에 위험 수준, 즉 주식 비중을 설정하고 지속적인 리밸런싱(정기 변경)을 통해 그 형태를 유지해주는 상품이다. 미리 은퇴시점(빈티지)을 정하고 그 기간 동안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 조절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는 차이가 있다.

디딤펀드는 펀드명에 ‘디딤’이 포함돼야 하고 주식은 50%, 투자부적격채권은 30% 미만으로 편입해야 하는 규칙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로 투자할 수 있다. 또 운용사당 1개 상품만 다룰 수 있도록 제한한다.

대표적으로 몇몇 상품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내놓은 ‘한국투자디딤CPI+(채권혼합-재간접형)’는 글로벌 분산 투자를 통해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삼는다.

이에 주식, 채권 등 전통적 자산과 더불어 물가상승률과 관련 높은 금, 원자재,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자산에도 분산 투자한다. 기존 운용 중인 ‘한국투자MySuper수익/인컴추구’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해당 모펀드는 ‘퇴직연금 선진국’이라 평가받는 호주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MySuper)을 벤치마킹한 전략을 구사한다.

강성수 한투운용 솔루션담당은 “원금보장형 상품으로만 연금 자산을 운용하면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 헤지가 어렵다”며 “이번 디딤펀드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한도로 투자가 가능하며, 저보수라는 장점도 갖췄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이 선보인 ‘KB 디딤 다이나믹 자산배분’은 기존 BF를 활용하지 않은 새로운 상품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 채권 투자를 통해 이자수익을 안정적으로 취하면서 주식 비중을 30~50%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조정해 초과수익을 노린다. 구체적으로 국내외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지역과 섹터, 스타일, 테마 등도 함께 고려해 광범위한 분산투자 효과는 물론 알파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석희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장은 “자체 리서치 역량을 활용해 최적화된 자산배분 운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이번 상품은 장기투자가 필요한 연금 가입자뿐 아니라 예금을 선호하는 보수적 투자자에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디딤글로벌EMP’는 기존 ‘신한TRF성장형OCIO솔루션’을 디딤펀드 요건에 맞춰 개편해 출시한 상품이다. 최대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50% 미만으로 한정해 위험등급을 3등급에서 4등급으로 낮춘 게 특징이다.

특히 EMP(ETF Managed Portfolio) 구조로 설계돼 자산 50% 이상을 상장지수펀드(ETF)에 담는 초분산 효과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해외주식과 국내채권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금리 상승 및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대체자산에 일부 투자한다.


권순규 신한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 운용역은 “올해는 글로벌 물가 안정화 및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으로 주식 및 채권시장이 모두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는 물가 이외에 기업 실적과 고용 등 실물 경기에 따라 두 시장이 다르게 움직일 수 있어 안정적인 투자를 위한 자산배분 전략 유효성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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