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 '매도' 부추긴 밸류업 지수...매도 상위 종목에 금융주 나란히

      2024.09.26 08:00   수정 : 2024.09.26 0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주가 부양을 위한 밸류업 지수 발표가 발표됐지만 외국인투자자의 매도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밸류업 지수 발표 직후 오히려 코스피지수는 전날 상승분을 반납한 모습에 전문가들은 이번 지수 선정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첫 날인 지난 25일 외국인투자자는 주식 5701억원어치를 팔면서 코스피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개인이 348억원, 기관이 549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36p(-1.34%) 내린 2596.32에 장 마감했다.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에 2652.71로 상승 출발했지만 장 마감을 앞두고 2600선도 무너져 6 거래일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주목할 부분은 이날 외국인 투자자 매도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에 이어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나란히 올랐다는 점이다. 그 뒤로는 유한양행, 한미반도체, LG화학 등 매도가 많았다.

밸류업 지수 발표 당일이던 지난 24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HD현대일렉트릭 등이 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밸류업 지수 미편입이 금융주 대거 반납을 부추긴 모습이다. 앞서 밸류업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KB금융과 하나금융, KT 등은 이번 지수 구성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25일 하루 동안에만 외국인투자자는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주식 각각 488억500만원, 371억원어치를 팔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내놓은 밸류업지수가 취지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2일(+2387억원), 12일(+2782억원)을 제외하고 모든 영업일에 한국 주식을 담기보다 팔았다. 밸류업 지수 발표를 앞두고 3773억원으로 축소됐던 순매도 폭은 지수 발표 직후 오히려 확대됐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가 발표되기 전 금융 섹터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상황"이라며 "그 동안 밸류업 기대감이 높았지만 편입되지 못한 종목은 하방압력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김지원, 임정은 KB증권 연구원도 "밸류업 지수 편입에 제외된 종목을 중심으로 한 실망 매물이 지수를 끌어내리며 하락 전환했다"며 "특히 밸류업 정책의 핵심 수혜주로 주목 받았던 금융주는 매물 출회가 심화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크게 △고려되지 않은 배당 수익률과 배당성향 △높은 PBR △과거 데이터만 고려한 종목 선정 등에 밸류업 지수의 문제점을 찾고 있다.

거래소개 제시한 주요 편입 요건은 대표성(시가총액), 수익성(당기순이익), 주주환원(배당지급·자사주소각 여부), 시장평가(PBR), 자본효율성(ROE) 등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들 중 주주 환원이나 수익성과 거리가 먼 의외 종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배당수익률이 2%를 하회하는 종목이 53개로 과반이고 배당 성향으로 봤을 때에도 배당성향이 20%를 하회하는 종목 수 비율이 54%로 과반수이며 10% 미만인 종목 수 역시 8 종목으로 저조한 상황"이라며 "이익 대비 너무 높은 가격으로 형성된 기업들 역시 편입된 것이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이어 "PBR 4배 이상인 기업의 개수가 17개로, 아웃라이어로 볼 수 있을 만한 밸류의 기업들이 밸류업 지수에 선정되는 모습"이라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과거 적자 여부만 판단하면서 성장성이 고려되지 않는 문제점이 부각됐다"고 짚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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