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은 공짜여도 음식값은 더 받아… 외식기업들 "중개료 탓"
2024.09.25 18:23
수정 : 2024.09.25 18:23기사원문
■외식업계, "배달앱 중개료 인상이 원인"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식업계에서 배달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이중가격제'가 확산되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메뉴 가격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맥도날드는 이날 배달 메뉴와 매장 메뉴 가격이 다른 이중가격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맥도날드는 배달의민족 내 매장별 페이지에서 "배달 시 가격은 매장과 상이하다"는 안내문을 넣었다.
맥도날드 빅맥세트 배달 메뉴 가격은 개당 8500원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1300원 비싸다. 빅맥세트 매장 가격과 배달용 가격 차이는 3년 전 1000원이었지만 300원 더 벌어졌다.
롯데리아는 전날부터 배달 메뉴 가격을 인상하며 이중가격제를 3년 만에 부활했다. 롯데리아 제품을 배달앱 등으로 주문하면 단품 메뉴는 700~800원, 세트 메뉴는 1300원 각각 비싸진다. 대표 메뉴인 리아 불고기와 리아 새우는 세트 주문 시 매장에선 7100원이지만 배달 주문하면 8400원이다.
파파이스는 지난 4월 제품 가격 인상과 함께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했다. KFC 역시 지난 3월 이중가격제를 약 2년 만에 재도입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 앱의 무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아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배달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숨은 가격으로 지불하면서 부담이 커진 셈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배달 앱 회사들이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며 중개수수료를 업주들에게 부과한 탓에 이중가격제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의 경우 최근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했다. 쿠팡이츠, 요기요 역시 배달 건마다 9%대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배달앱의 무료 서비스 경쟁에 따른 중개수수료가 점주들에게 부과되면서 이를 버티지 못한 업계에선 이중가격제 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무료 배달 서비스 도입으로 향후 발생하는 가맹점들의 비용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가맹점 수익성과 수수료 무관"
반면, 배달 플랫폼 회사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는 배달앱 비용 부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배달비와 각종 결제수수료 및 부가세는 각각 대부분 라이더 인건비·결제대행사·정부로 이전되는 비용이라 배달앱을 통하지 않아도 발생하는 비용"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논란의 책임 소재를 놓고 배달 플랫폼 업계 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쿠팡이츠는 전날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고 업주에겐 어떤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며 "특정 배달업체에서 무료 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고 공지했다.
이에 우아한형제들이 이날 재차 입장문을 내고, "배민배달(배민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 건)과 가게 배달(업주가 배달 대행사와 자율 계약해 배달하는 건)을 섞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향후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며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난 7월 정부 주도로 출범한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 협의체'는 두 달째 별다른 성과 없이 공회전 중이다. 급기야 프랜차이즈 업계는 27일 배달 플랫폼사들 상대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를 공정거래위에 신고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6차 회의에서 수수료 등 그동안 논의했던 주제들을 종합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부분은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상생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