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을 넘어 고효율 시대로

      2024.09.25 18:30   수정 : 2024.09.25 18:58기사원문
최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컴퓨팅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서버와 스토리지(데이터 저장공간) 같은 컴퓨팅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AI 가속기 등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고성능 연산과 대용량 저장능력을 갖춘 컴퓨팅 자원이 등장하면서 데이터센터(DC)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성장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작년 11월 '디지털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고성능을 유지하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을 활용해 고성능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방안, 그 해답은 바로 '고효율'에 있다.


정보기술(IT) 장비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었다. 미국은 '에너지스타' 프로그램을 통해 IT 장비의 에너지 효율 분야에서만 매년 200건 이상의 인증을 발행하고 있다. 유럽, 중국, 일본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IT 장비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도 데이터센터의 운영(냉각과 공조 등) 측면에서 전력(에너지) 사용 효율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IT 장비 자체의 에너지 효율 개선은 빠져있다. 최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조사에 따르면 IT 장비가 데이터센터 전체 에너지 소비의 60%를 차지하지만, 클라우드 사업자나 IT 장비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보다 운영 안정성이나 서비스 성과를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한 디지털 시대를 위해서는 고성능과 동시에 고효율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AI 기업이 모델을 학습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이르며, 이 중 상당 부분을 서버·스토리지 같은 인프라 사용 비용이 차지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저전력 AI 반도체(NPU)를 개발하여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고성능을 유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저전력화 노력이 개별 부품에 그치지 않고 IT 장비의 저전력화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교수의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improve it)"라는 말처럼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즉, IT 장비를 개발 또는 운영하는 기업들이 IT 장비를 고효율화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사 장비의 에너지 효율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 조성될 필요가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 건립 시 전력계통영향평가 등과 함께 준비 단계서부터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저전력 기술 도입과 검증 과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IT 인프라 분야 에너지 효율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국내 산업 특성을 고려한 에너지 효율 최소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 스스로 또는 제3자 기관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 및 컨설팅 지원도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여 IT 산업 발전뿐 아니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약력 △59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장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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