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펼쳐질 XBRL 활용시장을 위하여

      2024.10.06 12:27   수정 : 2024.10.06 12: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재무정보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는 결국 기업 정보 간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투자 기준뿐 아니라 은행권의 여신 대상 관리 차원이나 금융감독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단계까진 오지 못 했다.

투자 정보 환경은 어느 정도 조성했으나 데이터가 ‘활용되는 시장’은 태동하지 못해서다.

XBRL을 거쳐 생산된 재무정보가 쓰이려면 전문적으로 이를 조합해 가치 있는 데이터로 탈바꿈 하는 주체들이 등장해야 한다. 그 토대를 형성하기 위한 환경은 아직 미흡하다.

구축은 활발, 활용시장은 아직
6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XBRL은 크게 2개 시장으로 구분된다. 구축시장과 활용시장이다.
국내에서 전자는 이미 발을 뗐고 금융당국이 키를 잡고 가열하게 추진·지원하고 있다. 정보 생산자인 기업들이 자신을 구성하는 데이터들을 하나씩 작성기를 통해 태깅(Tagging)하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수요자, 회계법인 등이 공급자로 있는 컨설팅 시장이 형성돼있다.

후자는 이렇게 올라와있는 정보를 특정 기준에 따라 종합 및 분류하는 영역이다. 현재 널리 쓰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선 단일 기업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전체 상장사 우발부채를 일렬로 나열해 한 번에 뽑아보려면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야 한단 뜻이다.

하지만 XBRL은 각 기준(택사노미·Taxonomy)별로 기업들이 정보를 입력해놨기 때문에 원하는 지표를 클릭해 일괄적으로 불러올 수 있도록 해놓은 플랫폼이다. PDF와 엑셀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수백·수천개 PDF 파일을 켜 하나씩 엑셀에 복사-붙여넣기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제무제표 본문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재무제표 주석을 XBRL로 공시해야 하는 기업은 지난 2·4분기 보고서 기준 162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대상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 금융업 상장법인 중 직전 사업연도 기준 개별자산 총액 10조원 이상부턴 내년 반기보고서 XBRL 주석 재무공시를 실시한다.

이후 상장 금융사들 중 자산 2조원 이상~10조원 미만은 2026년, 2조원 미만은 2027년 반기보고서부터 주석을 공시하게 된다.

이렇게 정보량이 방대해지고 이용자들도 그 가치를 인식하게 되면 제도권 평가정보업체뿐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도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형관 나이스평가정보 기업정보운영실 매니저는 “주석도 본문과 같이 추출 작업이 가능해지면 금융투자뿐 아니라 은행 등 여신업권의 기업 대출 심사를 위한 정보 취득 관련해서도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향후 전체 상장사와 외부감사 대상 비상장법인까지 총 4만개 가까운 기업으로까지 그 영역이 넓어진다면 크고 새로운 XBRL 정보 시장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에선 캘크벤치(Calcbench) 같은 금융정보 플랫폼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상장사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재무제표 정보를 가공해 실시한 분석·비교 가능한 터전을 제공하는 형태다.

시장 감시 강도↑
XBRL은 금융감독 효율성도 높일 것으로 평가된다. 감독당국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비교해 고위험군을 재빨리 식별해낼 수 있어서다. 회계법인들도 XBRL 데이터 추출에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감사 품질과 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 등도 미연에 방지할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지금은 전체 상장사(2467개사)와 국제회계기준(IFRS)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비상장법인(225개사) 등 약 2700곳만 XBRL 공시를 하지만 이 주체들에 그 외 비상장사까지 포함되면 실시간 혹은 주기적 경고 및 이상징후 적발 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

실제 금감원은 민간 기업들과 공동으로 대부업이나 저축은행 등 IFRS 미적용 금융사나 비상장사에 적용되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분류체계(택사노미)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실제 적용 시점은 그보다 더 멀겠으나, 현실화될 경우 사전 감독 영역이 대폭 확장된다.


김현웅 선솔루션(XBRL 전문 컨설팅사) 대표는 “감독기관에서도 XBRL 데이터를 재가공해 다양한 조사 및 감리 등에, 금융기관은 기업 신용평가나 여신 관리 등에 해당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목적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으나, 민간 영역에서 다수가 불성실 공시, 오류, 부정적 신호들을 수집·공개하게 되면 2차적 감시의 시선이 생기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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