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4000억 CP 발행… MBK, 영풍서 3000억 차입
2024.09.25 21:24
수정 : 2024.09.25 21:24기사원문
25일 영풍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에 최대 3000억원의 자금을 제공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자기자본의 7.0% 수준이다. 자금은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대여하는 방식이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달 28일 설립됐다.
영풍 관계자는 "대여대상의 공개매수 결제자금 조달 및 기타 투자활동을 위한 자금대여"라며 "구체적인 대여 실행액은 대여 상대의 인출요청에 따라 정해진다"고 밝혔다.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온 고려아연도 이례적으로 CP 발행을 통해 4000억원을 확보한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2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데 이어 27일 추가 CP 발행을 통해 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CP 발행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예정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자금이 영풍·MBK의 공세에 맞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고려아연은 또 전날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가 예산이 들어간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 측의 인수합병을 막아 핵심 국가기간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행보다.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정부가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돼 분쟁 구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때 해외 투자자 자금이 포함된 사모펀드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인수에 곧바로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정부는 그간 영풍·MBK와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시장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단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MBK파트너스는 자사를 '한국 토종 사모펀드'로 규정하면서 일각에서 자신들을 '중국계 자본'으로 '마타도어(흑색선전)'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 펀드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다. 현재 MBK는 중국 매각 계획은 없다는 기본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yon@fnnews.com 홍요은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