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ESS 시대 개막" 현대차·기아, 제주서 V2G 시범사업

      2024.09.29 16:03   수정 : 2024.09.29 20: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한여름 전력 수급 불안으로 제주도 일부 지역이 갑작스레 정전되자 A씨가 전기차를 집 충전구에 연결한다. 꺼졌던 불이 반짝 들어오고, 에어컨과 환풍기도 다시 작동한다. 폭염으로 갓 태어난 아기가 걱정됐던 A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 홍수로 B씨가 거주하는 지역이 정전되면서 일대가 암흑으로 뒤바뀌었다. 긴급하게 전기차 수백대가 현장에 급파돼 각 가정에 전력을 공급한다.
자칫 재난이 될 수 있는 상황, 인명 피해 없이 상황이 정리됐다.

현대자동차·기아가 내년 제주도에서 양방향 충·방전 플랫폼 기술(Vehicle To Grid·V2G)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국내에서 대규모 V2G 시범 사업에 나서는 것은 현대차·기아가 최초다. V2G가 시장에 본격 자리 잡게 되면 전력 공급의 패러다임이 뒤바뀔 전망이다. 특히 최근 '캐즘'(대중화 전 일시 수요 둔화)을 겪고 있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기아는 이르면 내년 6월 제주도에서 V2G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통상 널리 알려진 전원 공급 기능(Vehicle To Load·V2L)과의 차이점은 전기차의 전력을 다른 전기차나 건물 등으로 송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움직이는 발전소가 되는 셈이다.

현대차·기아의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에너지 관리(매니지먼트) 시스템'이다. 낮 시간 신재생 발전 등을 통해 전기차에 모아둔 전기를 밤에 에어컨, 난방을 포함한 건물 전력 공급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녁 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전력 사용량이 많은 낮에 비싸게 되파는 것도 가능해 진다.

V2G 기술은 재난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제주도 실증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선 컨소시엄을 포함해 다양한 곳과 협력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 V2G 상용화를 위한 개발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력중개사업(VPP) 사업에 진출하고, 현대차는 전기차의 활용도를 늘려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기아는 우선 제주도에서 사업을 펼치고 안정화 되면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V2G 기술로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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