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에 잔디가 자란 듯" 폭염 후유증 앓는 울산HD 문수경기장

      2024.09.27 10:19   수정 : 2024.09.27 10: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올여름 전례 없는 폭염이 10월을 앞두고도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 울산HD 홈구장인 문수경기장의 잔디가 말라죽으면서 말썽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마저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잔디 복구에 울산시설공단이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울산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AFC는 이메일을 통해 지난 19일 울산HD FC와 울산시설공단에 문수축구경기장의 잔디 상태와 관련된 경고문을 보내왔다. 현재 잔디 상태로는 더 이상 문수경기장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전날 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24~2025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조별 리그 스테이지 1차전 울산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가 열렸다. 그런데 잔디구장 곳곳이 흙바닥을 드러냈다.
선수들이 경기 내내 어려움을 겪었고 부상까지도 우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 상태라면 오는 10월 23일 예정인 스테이지 3차전 울산과 비셀 고베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된다.

당시 경기장 찾았다가 잔디가 사라져 횅한 모습을 본 일부 팬은 "모래밭에 잔디가 자라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잔디 반 흙 반 아니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 문수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지난 7월 폭염이 시작되면서 조짐이 보였다. 울산 문수경기장 잔디는 지난 2019년 한국 기후에 적합하다는 '켄터키 블루그래스'로 전면 교체되었다. 이 잔디는 3~6월에 생장하다가 7~9월에 뿌리가 땅에 단단히 고착된다. 이후 다시 가을로 접어들어 기온이 낮아지면 다시 생장하는 품종이다. 다만 이 잔디는 32도가 넘어가면 잎부터 말라가다가 뿌리마저 힘을 잃어버린다.

울산시설공단 관계자는 "뿌리가 열상을 입고 말라죽으면 땅에서 쉽게 떨어져 나간다"라며 "올해 여름 34~36도에 이르는 폭염이 7~8월에 이어 9월 중순까지 이어져 잔디가 견디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폭염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잔디가 추석 연휴에 치러진 ACLE 경기 때 결국 최악의 상태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울산시설공단은 울산HD 홈경기를 대비해 여름철 내내 말라죽은 잔디를 걷어내고 묘포장에서 키운 잔디를 계속해 보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폭염을 견디지 못했고 보식용 잔디도 고갈된 상태다. 현재는 상태가 양호한 보조구장 잔디를 뜯어다가 메꾸는 중이라고 시설공단은 밝혔다.

다행히 9월 중순 이후 예전 기온을 되찾고 있어 울산시설공단은 다음 달 6일 K리그 1 33라운드 김천 상무와의 홈경기 전까지 잔디 상태를 최대한 복구한다는 입장이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보식용 잔디가 빠르게 자라면 10월 23일 ACLE 울산 대 비셀 고베 전도 충분히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가파르게 진행 중인 기후변화와 이상 기후 등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앞으로도 문수경기장 잔디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역 체육계 한 관계자는 "폭염과 냉해를 견딜 수 있는 잔디 품종을 발굴하거나 아니면 여름철 경기장 기온을 낮출 수 있는 시설을 보강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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