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그냥 날리라는 거냐"...아비규환인데 대출 더 옥죄라, BOK의 충고
2024.09.28 15:00
수정 : 2024.09.28 15: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주택시장에 대해 연일 파격적인 분석과 주장을 내놓으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는 대출금리가 0.25%p 하락하면 1년 후 서울 집값이 전국 평균 보다 2배 이상 더 오른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서울 집값 더 뛴다...한은 '경고'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올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대출 금리 하락은 주택구입 부담 경감 및 매수심리 강화 등을 통해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충격반응함수를 이용해 주택가격지수 추정 결과 대출금리가 0.25%p 하락하면 전국 주택가격상승률은 1년 이후 0.43%p 더 오르고, 특히 서울은 0.83%p로 전국 평균보다 상승폭이 2배 가량 커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방 주택시장은 각 지역별 주택 수급 상황이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수요와 공급 보다 유동성이 집값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가 서울 집값을 더 끌어올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시장도 분석하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강남 등 부유한 지역 출신 학생들에 대한 '대학 입학 상한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치열한 입시 경쟁이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과 대출 증가의 원인이라며 이같이 주장한 것이다.
앞서 한은은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집값 등의 안정을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를 지역별 비례선발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집 못 사게 대출 더 옥죄라...한은의 경고?
‘대전족’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전세를 사는 사람을 말한다. 교육환경은 교통과 더불어 집값에 주요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수도권 집값을 흔들 수 있는 유동성과 교육 이슈에 대해 한은이 잇따라 목소리를 내놓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이 같은 행보는 옳고 그름을 떠나 ‘면피성’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하로 집값이 올라도, 이는 당연한 결과로 한은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이 더 주목하는 것은 한은이 정부로 하여금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꿀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완화에서 대출규제 등 강력한 수요 억제가 그것이다. 한은은 진철하게 금리를 내린 여러 국가들이 주택 대출을 옥죄는 정책을 하고 있다고 보고서에 소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출규제를 비판해온 현 정부도 최근 들어 수요억제 카드를 하나 둘 내놓으면서 정책 기조 변화를 암시하고 있는 상태다. 규제 카드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관리하는 정도였다. 최근에는 은행을 압박(?)해 전방위 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야심차게 내놓은 공급 카드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묶으면 대출 뿐 아니라 정비사업과 청약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결국 대출을 옥죄는 방안 외에는 수요억제 카드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정부 역시 문 정부처럼 투기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더 센 대출규제 카드를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 전후로 부동산 정책이 다시 옛 정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