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시진핑 정상회담 임박?..北 핵실험 속도조절 할까
2024.09.30 06:00
수정 : 2024.09.30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정국을 앞두고 핵 협상력 제고와 핵 보유국 인정을 겨냥해 핵실험 및 미사일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한중이 한반도 평화 유지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북핵 문제와 관련, 우리측 대응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중국이 최근 뉴욕 유엔총회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고리로 '한반도 평화가 양국의 공동이익'이라는 보다 진전된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한중간 북핵 공조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안정과 평화 구현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고, 이에 중국측은 '한반도 평화가 양국의 공동이익'이라고 밝혔다.
북핵 고도화 불편한 中에..핵실험 우려 우회 지적한 외교장관
30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2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을 계기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벌였다. 45분 동안 진행된 이번 회담에선 북핵 위협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최근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더해 핵탄두용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시설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고위급에서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는 건 의미가 크다”며 “중측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HEU 생산시설 공개에 이어 통일을 삭제하고 남한을 적대국으로 명시하는 헌법 개정까지 추진하면서 최고 수위 도발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을 전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미 대선 이후 7차 핵실험이 감행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조 장관이 북한이 미 대선을 겨냥하고 HEU 생산시설을 공개한 것을 직접 거론한 건, 북핵이 지나치게 고도화되는 것은 경계하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군사협력을 맺고 있는 러시아조차 북핵이 큰 폭으로 고도화되는 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중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채택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단 촉구 결의안을 찬성했다.
中 '북핵 해결=한중 이익' 인정..北 도발 억제될지 주목
중국 측도 북핵 위협 가중의 위험성을 공감하는 듯 그동안 ‘건설적 역할’을 한다는 짧은 언급만 되풀이해온 것과 달리 이번엔 더 진전된 입장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왕이 부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양국이 공동이익을 가지고 있다”며 “중측은 앞으로도 건설적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 해결이 중국에게도 이익이라는 건 우리 정부가 한중 당국 간 교류에서는 물론 다자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해온 바다. 왕이 부장이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그만큼 북핵 문제를 더욱 엄중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중관계는 북중 군사협력 강화의 영향으로 눈에 띄게 소원해지고 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보낸 전보에서 예년과 달리 ‘협력·협조’ 표현을 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시 주석의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76주년 축전에 대한 답전이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전략적 의사소통 심화’와 ‘사회주의 위업 공동추진’ 등 협력 의지를 드러냈지만 김 위원장이 선을 긋는 모양새다.
한중관계 발전을 통해 중국의 북한 압박을 견인해 7차 핵실험 등 최고수위 도발 감행을 좌절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중은 내달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정상급과 고위급 접촉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한중관계 개선이 지속된다면 내년에는 시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내년 APEC 정상회의 경우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아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개최돼서다. 시 주석의 내년 방한은 앞서 대통령실에서도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