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보다 돈 못버는 사장님…전국에 23만명 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23일 서울시내 한 상점가가 점심시간이지만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024.09.28. [e-mail]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중국요리 전문점 사장 A씨가 지난달 손에 쥔 돈은 달랑 191만4166원이다.

임대료와 재료비 등을 빼고 순수하게 본인이 챙긴 돈이 200만원도 채 안된 것이다. 월급 360만원을 주고 고용한 주방장보다 못 버는 상황에 A씨는 답답한 심정인데,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곤 한번 더 좌절했다.

연간 건강보험료가 자신보다 돈을 더 버는 주방장과 똑같은 150만9840원으로 책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최저시급보다 못 벌고 있는 상황인데, 보험료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A씨처럼 자신이 채용한 직원보다 적게 벌면서도 건강보험료(건보료)는 동일하게 내는 자영업자가 전국에 2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직원보다 덜 버는 사장이 건보료는 더 내고 있는 셈인데, 자영업자의 신고 소득이 낮을 경우 가장 높은 근로자의 보수액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한다는 기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귀속 연말정산 대상 사업장 97만1000개 가운데 최고보수 근로자 보수 금액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한 사업장수는 전국 21만2000개로 집계됐다.

최고보수 근로자의 보수 기준이 적용된 자영업자 수는 총 22만7000명이다. 즉 신고 소득이 최고보수를 받는 직원보다 적은 자영업자가 22만7000명에 달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최고보수 근로자의 보수 기준이 적용된 자영업자들의 연간 건보료 총액은 2222억9400만원으로, 해당 자영업자들이 실제로 신고한 소득 기준 연간 건보료인 1243억원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1인당 평균 43만1000원을 더 내고 있는 셈이다.

최고보수 근로자의 보수 기준이 적용된 자영업자들은 자신이 신고한 소득 기준 건보료 대비 2018년에는 29만8000원, 2019년에는 31만9000원, 2020년에는 36만6000원, 2021년에는 39만3000원 각각 더 많은 보험료를 지급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38조에서 사용자(자영업자)의 보수월액이 근로자의 보수월액보다 낮은 경우, 건보료 산정 기준을 가장 높은 보수월액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보수월액으로 지정한 데 따른 결과다. 다만 사업소득 금액이 0원 이하인 경우에는 근로자의 최고보수월액이 아닌 평균보수월액을 적용하고 있다.

허 의원은 "건강보험료는 모든 국민에게 가장 부담이 큰 사회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소득파악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코로나와 경기침체로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중기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꼼꼼히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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