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해리스 '정책 극명'… 통화보다 공공부채 해결에 초점

      2024.09.29 18:13   수정 : 2024.09.29 18:13기사원문
4년마다 전 세계의 관심을 미국으로 쏠리게 하는 이벤트가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다. 세계 유일 패권국인 미국의 수장을 뽑는 일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845년 이래 11월 첫째 화요일에 치러지고 있는 미국의 연방 선거는 올해도 역시 오는 11월 5일 정부통령과 함께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선출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 정치의 현실을 비춰볼 때 양 후보 간 경제정책을 비교해 보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또한 양당이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이를 이해하는 것은 미국의 유권자들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나 기업, 혹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미국 경제의 현실과 문제점

통화정책의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가 독립적으로 결정해 왔기 때문에 행정부에 따른 차이가 미미하다. 따라서 두 후보의 차이는 주로 재정 정책과 이에 관련된 사회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체적인 비교에 앞서 현재 미국의 경제지표를 먼저 소개해 보고자 한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8조달러,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1조5000억달러, 공공부문 부채는 35조달러로 예측되고 있다.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의 최근 지표는 각각 2024년 상반기 기준 2.5%와 3.7%를 가리키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공공부채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의 문제이다. 미국의 공공부채는 2000년에는 국내총생산 대비 55%에 불과했으나,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당시 부채 총액이 처음으로 10조달러를 넘어서며 GDP 대비 약 68%에 다다랐다. 이후 이어진 양적 완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해 투입된 긴급 정부 지출로 2020년에는 그 비율이 126%까지 상승했고 올해의 경우 약 125%로 추정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후보 모두 이러한 현실에서 연방정부의 예산 적자 폭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흑자전환을 이룩하여 공공부문 채무의 지속적인 증가세를 멈추어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수확보 방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이를 달성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 후보의 경우 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적 세금 감면을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다국적 기업들의 미국 내 재투자를 유도함으로써 경제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반해 해리스 후보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해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세금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방법론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재정적자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부채 증가세가 감소세로 전환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감세의 공화당 vs 복지 향상 강화의 민주당

두 후보의 차이는 각 당 경제정책 발전 역사의 차이에서 기인하고 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자유시장 경제를 중시하고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세금 감면, 민영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경제 정책을 펼쳐왔다. 정부 지출을 줄이고 과도한 복지 제도를 축소해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또 개인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민간 부문에서는 비영리 단체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1980년대를 풍미한 공급 경제학에 기반한 '레이거노믹스'가 대표적인 예다. 감세를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이에 따라 증가된 소득을 기반으로 과세를 하게 되면 낮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전체 세수는 증가하여 종국적으로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소득세 감면, 법인세 인하 등과 같이 감세를 통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또 중소기업을 기반으로 한 친기업 정책 역시 공화당의 오랜 전통인데 중소기업의 성장은 일자리 창출과 혁신의 원천으로 여겨지며 이를 통해 경제 전반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자유방임적 시장경제가 시장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편적 의료보험, 공교육 강화, 공공부문에서의 적극적 투자 등을 통해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경제적 기회를 좀 더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민주당의 주요 목표다.

특히 사회 안전망 강화를 중시하며 사회보장 제도를 통해 주로 저소득층의 복지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구한다. 소득 재분배를 위한 누진세 도입, 최저임금 인상, 공공 의료제도 강화, 그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규제 강화 해리스 vs 규제 완화 트럼프

이러한 차이를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 정부 규제와 관련해서 두 후보의 입장이다.

해리스 후보는 정부가 규제를 통해 환경 보호와 사회 안전망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고 특히 기후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 투자와 환경 규제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려는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해리스 후보 측의 판단이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 시절 과거 오바마 행정부 때 도입된 월스트리트 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의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및 환경 규제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온 바 있다.

트럼프 후보의 규제 완화 정책은 기업이 경제 활동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환경 규제를 완화해 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에너지 독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정무역 트럼프 vs 다자간무역협정 중요시하는 해리스

대외무역 분야 역시 두 후보의 명확한 차이를 보여준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전통적 공화당의 입장과는 달리 '공정무역'이라는 이름하에 실질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적인 접근을 선호한다. 특히 관세 정책을 통해 미국 기업을 보호하고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 전쟁이다.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국내 생산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후보 측의 주장이다. 또한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 내에 재투자하거나 신규 직접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적절한 경제 정책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는 다자간 무역 협정과 동맹 유지를 중요시하며, 무역 정책에서 보다 외교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을 선호하고 있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무역 체제 내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적 지향이다. 해리스 후보 역시 트럼프 후보와 마찬가지로 소위 공정한 무역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강력한 노동 기준과 환경 보호 규정을 추가로 포함한 무역협정을 지지하고 주장하고 있다.

■보편적 교육 기회 제공 해리스 vs 사립학교 역할 강화 트럼프

교육 정책에서도 두 후보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 등록금 인하와 공공 자금 지원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초중등 공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투자 확대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주장한다.

이에 반해 트럼프 후보는 개별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을 선호하며, 공립학교 체제의 일괄적인 확장을 반대하고 있다. 그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원 노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립학교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 대로 양 진영 간의 차이는 분명하다. 물론 행정부를 담당하게 되었을 경우, 이러한 정책 방향성을 얼마만큼 실현하려 노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상하원 의회 선거 결과가 상당히 중요하다. 행정부의 정책은 입법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으며, 양원을 모두 통과해야만 입법이 가능한 미국식 의회제도로 인해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구체적인 변화가 현실화될 것이냐 하는 것과는 별개로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

특히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현재도 경제의 상당 부분을 무역이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지향할 경제정책을 정확히 숙지하고 분석하여 이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 유세현 교수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소재 벨몬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템플대학교에서 재무분야 경영학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기업지배구조 및 국제재무관련 연구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올해 10월부터는 한미재무학회 회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정리=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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