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기울어진 운동장서 경쟁... 글로벌 빅테크에도 책임 더 지워야
2024.09.29 10:00
수정 : 2024.09.29 18:24기사원문
국내 방송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트래픽 발생 비율이 높은 글로벌 업체들에 맞는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6~27일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주제로 한국방송회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 로펌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행사 둘쨋날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숙명여대 박천일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이 위원을 비롯해 법무법인 세종 이종관 수석전문위원,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 고려대 이헌율 교수, 서울여대 임정수 교수, 인하대 조성동 교수, 서울대 홍종윤 교수가 참여했다.
이 위원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로 인해 국내 제작비는 거의 70% 이상 올랐다"며 "국내 OTT 사업자들은 망 사용료를 내지만 글로벌 콘텐츠제공업체(CP) 2개사(구글·넷플릭스)는 국내 트래픽 점유율이 34%에 달하는데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유럽처럼 CP들에게 영향력에 비례해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며 "국내 레거시 미디어에는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사인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는 "정부가 주는 장편드라마 제작 지원금은 30억원 정도로 제작비의 약 25% 정도인데,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며 "넷플릭스나 디즈니+는 제작 형식과 시간 제한도 없지만 국내 방송국은 중간 광고가 가능한 60분 기준 최소 8부작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글로벌 경쟁 환경의 방송 미디어 제도 합리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도 한 인하대 조성동 교수는 "통합 미디어 컨트롤 타워를 운영해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 맞는 규제 혁신 추진 등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사업자가 편법이 아닌 정당한 방식의 상호 경쟁과 성장, 기여와 협력 등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3학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홍종윤 교수는 "미디어 3학회가 앞으로 2년만 공동 대응을 해보자"며 "그동안 학계에서 미디어 환경에 대해 예측하고 대안도 냈지만, 이제는 학계가 스스로 플레이어가 돼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