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 공소 취소 후 재기소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2024.09.30 10:58
수정 : 2024.09.30 10: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죄를 이끌어낼 확실한 증거를 새롭게 확보하지 않았다면 검찰이 스스로 공소를 취소한 범죄는 다시 재판에 회부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상고 기각으로 지난달 29일 확정했다.
A씨는 2012~2013년 피해 회사 대표를 속여 총 52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 2017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심 공판준비기일 중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여부가 문제됐다.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만 기재하도록 한 원칙이 공소장 일본주의인데, 이 사건 공소장에는 간접 사실이나 검사의 판단이 기재된 여러 각주가 포함됐다.
이에 검사는 2018년 5월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고 공소 취소장을 재판부에 제출했고 공소기각이 확정됐다.
그런데 검사는 2018년 7월 공소 취소했던 기각이 확정됐던 사건과 동일한 공소사실로 A씨를 다시 기소했다. 형사소송법 329조에 따르면 공소취소 후 그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조항이 증거불충분 사유로 공소취소된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적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선행 사건에서 정식재판에 돌입하지 못한 채 증거조사 없이 공소취소가 됐으므로 모든 증거가 법원 입장에서는 '다른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1·2심과 대법원은 검찰의 재기소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취소 이후 새롭게 제출한 증거들은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갖게 될 정도로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선행사건에서 검사가 공소취소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형사소송법 법문에 충실하게 재기소 요건에 충족되는지 여부에 관해서만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공소취소 후 재기소는 헌법이 규정하는 '거듭처벌 금지의 원칙'에 따라 불안정한 지위에 놓일 수 있는 피고인의 인권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