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대변혁 XBRL 도입 17년… 외국인 투자 문턱 낮췄다
2024.09.30 18:37
수정 : 2024.09.30 18:37기사원문
국내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재무정보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라는 용어를 접한 지는 기껏해야 1~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XBRL은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도입된 후 올해까지 18년여 동안 국내 재무공시 체계를 진일보시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기업 정보를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XBRL의 태동은 1999년이었다. 미국 공인회계사 찰스 호프만을 중심으로 한 회계사 그룹이 대조가 힘들었던 기업 재무정보 등을 쉽게 비교하기 위한 표준 규약 등을 발표했다. 해당 기준을 그해 미국 공인회계사협회(AICPA)가 최초로 채택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내에 도입된 지 올해로 17년째이지만, 진전은 다소 느려 주석 공시 대상 확대, 데이터 활용시장 구축 등 갈 길이 멀다. 다만, 공시 환경에 있어 XBRL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과거 유의미한 기업 비교 정보를 생성하려면 전문기관이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DART를 일일이 확인해야했다.
■공시 수작업 시대 끝
금융당국도 처음엔 자체 구축한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기반 XBRL 시스템을 개시했다가 2011년엔 전 세계 통용인 국제회계기준(IFRS) 기반 공시 체계로 전환했다. 분류체계인 택사노미도 당시 920여개에서 현재 8000개 정도로 늘었다. 2020년엔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를 공개하는 플랫폼인 'Open DART'가 신규 개설됐다. XBRL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선 어떻게 쓰이는가를 보면 된다. 9월 30일 DART에 '삼성전자'를 검색해 2023년 12월 사업보고서를 찾아 오른쪽 상단에서 다운로드를 받으면 흔히 보던 사업보고서가 PDF 양식으로 뜬다.
하지만 'XBRL Viewer'라는 주황색 버튼을 눌러 들어간 화면에서 받은 파일은 엑셀로 생성된다.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이 연결과 별도로 구분돼 나열돼있고 'View'에 걸린 링크로 이동하면 항목별 수치가 전부 정리돼 제공된다. XBRL 도입 전엔 불가능했던 일이다. 기업이 가령 현금성자산, 매출채권, 유·무형자산 등을 금감원이 제시한 택사노미에 따라 일일이 기입했기 때문에 같은 항목별 수치를 일정 기간 혹은 시점별로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체계에 기반해 재무제표 본문을 XBRL로 공시하는 기업들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하고 있다. 'Open DART'엔 2015년부터 올해 1·4분기 보고서까지 분기별로 재무상태표(본문),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자본변동표가 올라와있다. 지난해 3·4분기부터 마련된 시스템으로, 전체 상장사(2467개사)와 국제회계기준(IFRS)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비상장법인(225개사) 관련 수치들이 한 문서에 기록돼있다. 이형관 나이스평가정보 기업정보운영실 매니저는 "XBRL 도입 전엔 수많은 인력으로도 방대한 기간이 걸렸으나 이제 본문에 대해선 시간이 비약적으로 단축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는 재무제표를 XBRL로 공시하는 기업들 대다수가 그 적용을 본문에 한정하고 있다. 주석까지 의무 공시해야 하는 기업은 지난 2·4분기 기준 162개사뿐이다.
■투자 국경이 사라진다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진입 문턱도 대폭 낮출 수 있다. 여태껏 DART 일반 공시에선 국문판만 제공돼 원하는 항목의 수치를 알려면 전체를 번역한 후 찾아봐야 했다. 그 사이 해당 정보는 주가에 반영돼 적시성을 늘 놓쳤다는 게 그들 주장이었다. 하지만 XBRL은 정보 생산 때부터 이미 영문을 병기하도록 해 영문판은 자동 생성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만589건에 불과했던 영문 DART 접속건수는 올해 7월말 기준 5만건 이상으로 크게 뛰었다.
김갑제 금감원 기업공시국 수석조사역은 "지난해 법정공시 제출 즉시 보고서명 등을 실시간 영문 변환해 제공하도록 한 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이용 건수가 대폭 증가했다"며 "올해 목차, 서식 등 법정공시 주요항목에 대한 영문 자동변환 등을 갖춘 Open DART가 구축되면 그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