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는 근로자일까? 대법이 내린 첫 판단은?

      2024.10.02 16:01   수정 : 2024.10.02 16: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리 운전기사도 단체교섭이 가능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대리운전업체 A사가 대리기사 B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산에서 대리운전 서비스업을 하는 A사는 고객 요청(콜)이 들어오면 다른 협력업체들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앱을 통해 대리기사를 배정하는 사업을 했다.

B씨를 비롯한 기사들은 A사와 동업계약을 체결해 업무를 해왔다.

B씨는 지난 2018년 12월 '부산 대리운전산업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노조는 이듬해 1~2월 A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A사는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A사는 대리기사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대리기사들은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운전 영업을 하는 사업자"라며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대리운전 업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심 모두 대리기사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 판례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노무 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 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한다.

1심은 "대리기사들이 겸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고, 실제 A사에만 소속돼 대리운전 업무만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대리기사는 대리운전비를 직접 수령하는 경우 회사에 수수료를 납입했고, 카드 결제가 이뤄지는 경우 회사가 대리기사에게 대리운전비를 지급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피고들이 회사 정책, 규칙, 업무지시를 따르고 교육에 참석하도록 했으며, 피고들이 이를 위반한 경우 2회까지 주의조치, 3회 이상부터는 계약을 해지하도록 정했다"며 "피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원고들의 지휘·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한 게 아니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한 것"이라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을 때 인정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는 넓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