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 진입 앞둔 환율… 금리인하 발목잡던 가계 빚도 주춤

      2024.10.02 18:48   수정 : 2024.10.02 18:48기사원문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기준금리 결정에 나서는 가운데 10월 금리인하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6개월 만에 1%대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간 때문이다.

은행권의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도 축소되고 있어 금융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도할지 주목된다.



2일 한국은행은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당분간 물가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회의에서 "물가안정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밑돌다가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 등이 작용하면서 2%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는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가 9월에 전년동월 대비 2.0% 상승하며 2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결과다. 지난해 10월 물가상승률이 3.8%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이달에도 물가는 기저효과에 힘입어 1%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리막을 걷는 물가와 마찬가지로 원·달러 환율도 내림세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주 평균 원·달러 환율(종가 기준)은 달러당 1329.5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약달러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에 따른 위안화 강세와 일본 총리 교체에 따른 엔화 강세가 겹치며 원화 가치가 상승한 결과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1307.8원까지 떨어지며 올해 1월 3일(1304.8원)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에 안착하고 환율도 1300원 초반을 맴도는 등 피벗 선제조건이 탄탄해지면서 10월 금리인하론에 힘이 실리게 됐다.

신성환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내수 관계만 보면 지금 기준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하며 "환율은 통화정책 결정 레이더에서 비중이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피벗의 걸림돌로 꼽히는 가계부채도 주춤한 모습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이었다. 전월 대비 5조6029억원 늘어난 것으로,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7월(7조1660억원), 8월(9조6259억원) 대비 각각 21.8%, 41.8% 줄어든 수치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전월 대비 5조9148억원 증가하며 8월(8조9115억원) 대비 증가 폭이 3조원 가까이 줄었다.

시장에서도 이달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증가 등에 따른 금융안정 측면은 거시건전성 정책 측면에서 대응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경기와 물가 대응을 위한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한은이 10월에 기준금리를 3.25%로 25bp(1bp=0.01%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5대 은행 기준 9월 주담대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며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은은 지속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신호를 간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한국은행이 계속 부동산 얘기를 하는 것은 이를 막지 않으면 자산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며 "소득 재분배를 위한 재정정책은 필요하고, 어떻게 해서든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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