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관광주민증' 들고 떠나는 충북 영동 힐링여행

      2024.10.03 15:50   수정 : 2024.10.03 18:22기사원문

【영동(충북)=정순민 기자】 우리가 아는 '영동'은 대략 세 가지 정도다. 먼저, 강원도에서 대관령 동쪽에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 영동(嶺東)이 있고,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 됐지만 서울의 영등포 동쪽 지역, 즉 지금의 강남을 지칭하는 영동(永東)이 있다. 오늘 우리가 둘러볼 곳은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박연(1378~1458)의 고향이자 포도와 와인의 고장, 충북 영동(永同)이다.



대한민국 국악의 성지, 충북 영동

충북 영동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국악의 성지다. 조선시대 세종을 도와 음악을 정비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박연 선생이 나고 자란 곳이어서다. 그러다보니 영동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북' 천고(天鼓)가 있는 영동국악체험존을 비롯해 거문고·가야금·아쟁·해금·단소 등을 만들어볼 수 있는 난계국악기제작촌, 난계국악박물관 같은 음악 관련 시설들이 많다. 박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난계사와 박연의 생가터를 복원한 난계생가도 여기에 있다.

영동에서는 매년 가을 대규모 국악축제도 열린다.
벌써 55년째 이어오고 있는 '난계 국악축제'다. 올해는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대한민국 국악의 성지, 55년을 담다'라는 슬로건 아래 국악과 디지털 문화를 접목한 다양한 볼거리를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일대에서 선보인다. 또 내년 9월 국제적인 규모로 처음 열리는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를 앞두고 '미리 보는 엑스포 HIP한(韓) K-국악'을 모토로 전통음악을 현대적 감각에 맞춰 재해석한 미디어 퍼포먼스와 AI 체험 등도 준비했다.


영동 포도와 와인 "Feel so good"

영동은 또한 포도의 고장이다. 전국 포도 생산량의 12.8%를 차지하고 있는 영동은 국토의 중심부로 토양과 기상 조건 등이 고품질 과수 생산에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 예부터 포도 산지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추풍령 산자락에서 자란 포도는 색깔이 선명하고 단맛이 풍부하면서도 산도가 높아 단맛과 신맛이 잘 조화된 것이 특징이다. 영동에선 이밖에도 사과, 배, 자두, 복숭아 등 과일 농사가 잘돼 이를 '영동 5대 과일'로 부르지만 그중에서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은 단연 포도다.

이러다보니 영동에는 특색 있는 와이너리들이 많다. 아버지와 아들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와이너리가 있는가 하면, 부부가 와인 시음, 와인 족욕, 와인 토크 등 와인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꾸리는 곳도 있다. 영동군청에 따르면 현재 영동군 내에는 40여곳의 와이너리가 성업 중이다. 그중 대표 업장인 '시나브로 와이너리'는 청수, 청포랑, 나르샤, 머루, 샤인머스캣 등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재배해 모두 양조용으로 쓰고 있는데, 올해 세계적 권위의 와인 품평회인 독일 베를린 와인트로피에서 금상을 수상한 화이트 와인 '청수'가 가장 유명하다.

영동 와인의 역사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영동와인터널'도 빼놓지 말아야 할 여행지다.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내에 위치한 영동와인터널은 길이 420m의 동굴로, 높이 4~8m의 지하 건물을 완성한 뒤 그 위를 4~12m 흙으로 덮은 인공 터널이다. 여기에는 영동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체험관을 비롯해 와인문화관, 세계와인관, 와인저장고, 영화 속 와인, 와인포토존, 와인레스토랑, 와인판매관 등이 있어 A부터 Z까지 와인에 관한 모든 걸 해볼 수 있다.


레인보우 힐링센터와 일라이트 호텔

그렇다고 영동에 국악과 와인만 있는 건 아니다. 영동엔 '달이 머물다 간다'는 월류봉(月留峯)을 비롯해 일명 박연폭포로 불리는 옥계폭포, 물한계곡, 강선대, 영국사, 반야사, 만추드라이브길 등 기존의 관광지들이 건재하지만, 요즘 영동군청이 미는 곳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쉬게 할 수 있는 '레인보우 힐링센터'다. 미술관이라고 해도 손색 없는 내부 시설을 자랑하는 레인보우 힐링센터는 올해 한국관광공사 우수 웰니스관광지로 선정된 핫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영동군청 김지영 관광팀장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의 균형을 찾고 치유되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영동의 빛과 바람, 물과 돌을 건축물에 반영해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을 만들었다"면서 "격변하는 세상과 잠시 분리돼 영동의 자연이 담겨있는 이곳에서 천천히 머물며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민자를 유치해 지난해 7월 새로 문을 연 일라이트 호텔도 영동의 자랑거리가 됐다. 영동군청은 지역 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새로운 숙박시설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장기간 민자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이 호텔이 문을 열기 전까지만해도 숙박시설이라곤 영동역에서 35㎞ 떨어진 물한계곡에 있는 펜션들이 전부였다. 102실 규모의 일라이트 호텔은 레인보우 힐링센터가 있는 레이보우 힐링관광지 내에 자리를 잡고 있어 영동 여행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으로 할인 혜택 받자"

2024년 9월 말 현재 충북 영동의 정주 인구수는 4만3848명이다. 하지만 최근 이보다 훨씬 많은 5만7148명의 명예 주민이 새로 생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인구 감소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발급하고 있는 ‘디지털 관광주민증’ 덕분이다. 지난 2022년 처음 나온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정부가 발급하는 일종의 명예 주민증으로, 이를 발급 받으면 지역 주민처럼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라이트 호텔의 경우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제시하는 고객에게는 객실 30%, 조식 1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주말 및 성수기에 스탠다드 객실(2인실)이 16만원, 가장 등급이 높은 프리미어 객실(4인실)이 46만원 수준이지만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가지고 있으면 1박당 최대 10만원 이상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레인보우 힐링센터나 영동와인터널도 마찬가지다.
레인보우 힐링센터는 원래 입장료가 1만원이지만, 디지털 관광주민증 소지자는 30% 할인 혜택을 제공해 7000원에 티켓을 살 수 있고, 여기에 지역상품권 2000원을 더 얹어주니 실제론 반값에 입장이 가능하다. 또 영동와인터널의 경우는 할인율이 40%여서 디지털 관광주민증으로 체크인하면 원래 5000원이던 입장료가 3000원으로 줄어든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모르면 오히려 손해인 셈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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