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만에 가장 치열한 대선…해리스 이기고도 트럼프 재선 가능성
2024.10.04 06:00
수정 : 2024.10.04 09:24기사원문
지금까지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해리스가 트럼프를 상대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트럼프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현재 판세는 여전히 '백중세'로 평가되는 게 일반적이다.
해리스에게 악몽은 이른바 '힐러리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를 상대로 총 득표수에서는 승리를 거뒀지만 선거인단 수에서는 뒤지면서 패자가 됐다.
이는 해리스가 다수 여론조사 기관들로부터 트럼프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도 "내가 언더도그(underdog·승리할 확률이 낮은 선수)"라고 호소하는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해리스가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앞서고 있지만 근소한 차이에 불과해 백악관행(行)에 필요한 선거인단 확보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선거인단에 있어 안전하다고 느끼려면 대략 3~4%포인트(p) 차는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CNN은 핵심 경합주에선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들의 비중이 높다면서 "이 때문에 트럼프는 전체 득표수보다는 선거인단 수 확보에서 보다 강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통계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를 인용해 해리스는 선거인단 확보에서도 분명한 우위에 있기 위해선 전체 득표에서 3% 이상 앞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해리스 우위 흐름 공고…단, 경합주에서는 "매우 접전"
해리스는 지난달 10일 ABC 방송 주관 TV 토론에서 트럼프로부터 판정승을 거둔 뒤 상대적 우위 흐름이 공고해진 기류다.
최신 여론조사 평균치를 제공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일까지의 조사에서 해리스는 49.2%, 트럼프는 47.0%를 기록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미국 폭스뉴스는 해리스 50%, 트럼프 48%로 현재 대선 레이스를 진단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도 전국 여론조사 평균을 분석해봤을 때 해리스가 50.4%, 트럼프는 46.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선거 분석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538)는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을 58%, 트럼프에 대해서는 42%로 전망했다.
해리스가 현재 트럼프를 상대로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초박빙으로 판세가 풀이되는 배경에는 두 후보 간 격차가 꽤 촘촘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CNN 방송은 자체 여론조사는 물론 각종 여론조사를 함께 분석해본 결과 "1964년부터 2020년까지 모든 대선에서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전국적으로 3주 이상, 5%p 이상 앞서는 기간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단 하루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가 최근 60년 동안 치러진 대선 중 가장 치열하다고 분석했다.
538은 최근 웹사이트에 "경합주의 근소한 차이로 인해 이번 대선 레이스가 수십 년 만에 가장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그 결과는 거의 150년 만에 어떤 선거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미 대선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경합주(州)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차이가 없다.
RCP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경합주 7곳(애리조나·네바다·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에 대한 평균치는 트럼프가 48.4%, 해리스는 48.3%였다.
주별로 따져봤을 때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16명),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해리스는 미시간(15명)과 위스콘신(10명), 네다바(6명)에서 앞서고, 펜실베이니아(19명)에선 동률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여론조사 전문기자인 네이트 콘은 같은 날 "NYT의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보다 3%p 앞서지만 7개 주요 경합주에서는 매우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와 애리조나에서 트럼프 쪽으로 평균치가 약간 이동하긴 했지만 큰 그림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팽팽한 구도 깨질까…중동 분쟁, 해리스에 악재될 듯
그렇다면 한 달 사이에 이처럼 '팽팽한 구도'가 깨질 수 있을까.
일단 중동 상황이 주목된다. 미국의 주요 우방국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1년을 앞둔 상황 속 최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을 상대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저항의 축'에 속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휴전 협상에 애쓰고 있지만 성과는 '제로'(0)인 상황이다. 급기야 이란은 1일 이스라엘에 약 180발의 대규모 미사일을 발사했다.
중동 분쟁이 지속된다면 이는 트럼프보다 해리스에게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 차례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명한 언론인 겸 작가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난 9월 초 NYT 컬럼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즉각적인 정치적 생존"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그가 향후 두 달 안에 (해리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트럼프 후보의 지지세가 강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박빙 대결에서는 지지층인 '집토끼'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아랍 및 무슬림계 유권자들은 해리스가 몸담은 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계속해서 지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이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지지후보 없음'(Uncommitted·언커미티드) 운동을 벌여 바이든 정부에 항의를 표하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도발도 눈길을 끈다. 양측 모두 핵 문제가 걸려 있다.
러시아의 경우 '핵보유국이 아닌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한다면 지원해준 나라 또한 러시아에 대한 공격자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핵 교리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러시아의 경고로 평가된다.
근래 러시아와 부쩍 가까워진 북한이 미 대선 전 '7차 핵실험'을 감행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북측의 핵실험 진행 시 '바이든과 해리스가 북한이 보기에 만만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국회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 대선 이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 국내에서는 남동부를 휩쓴 허리케인 '헐린'이 변수로 부상한 상태다.
이로 인해 100명 이상의 사망 등이 보고됐으며, 핵심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의 피해가 적잖은 상황이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는 이들 피해 지역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이 시원찮다는 공격을 하고 있다.
이외에는 앞서 트럼프에게 가해진 두 차례의 총격 시도와 같은 돌발 상황만 아니라면 4200만 명(2022년 기준)에 달하는 'Z세대'(18~27세) 유권자들의 표심 향방, 사전 투표 기류 등이 소소하게 눈길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와 트럼프 간 2차 TV 토론은 무산된 가운데 지난 1일 진행된 양당 부통령 후보 간 TV 토론에 대한 평가 또한 주목된다.
다만 대세에 지장을 줄 만큼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전망이다. 당일 CNN이 토론회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는 공화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을, 49%는 민주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