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와 존속폭행
2024.10.05 09:00
수정 : 2024.10.05 09:00기사원문
소년재판의 특징
소년재판은 비행성(범행 보다 더 넓은 개념)이 있는 소년에 대하여 처벌보다는 환경조정과 품행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비행소년의 비행에 대해서 조사하지만, 이와 더불어 소년의 학교생활, 친구관계, 가정환경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조사한다. 형사재판의 경우 기본적으로 범행의 죄질에 따라 법정형이 정해져 있지만 소년재판의 경우 비행의 죄질에 따라 정해진 처분은 없고, 소년부 판사가 비행의 죄질에다가 소년의 주변환경(보호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행소년에게 가장 적합한 처분을 정한다.
소년재판 사건으로 접수되는 경우
만 14세 이상의 소년이 비행을 저지른 경우 경찰이 먼저 비행소년에 대해 조사한 후 불송치하지 않은 한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비행소년을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 소년부 송치할 수도 있고, 형사재판을 받도록 비행소년을 기소할 수도 있고, 검찰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을 할 수도 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이를 ‘촉법소년’이라고 한다)이 비행을 저지른 경우 경찰이 먼저 비행소년에 대해 조사한 후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 소년부 송치한다. 또한 형사재판을 받는 비행소년이 법원의 소년부 송치 결정으로 소년재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보호자, 선생님, 보호시설의 장 등은 말썽을 피우는 소년으로 하여금 소년재판을 받도록 가정법원에 통고할 수도 있다. 따라서 소년재판으로 사건이 접수되는 경로는 검찰의 소년부 송치, 경찰의 소년부 송치, 법원의 소년부 송치, 보호자 등의 통고 등 총 4가지 루트가 있다. 내가 소년부 판사로 근무할 당시 우범소년에 대한 보호자 통고가 점차 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우범소년은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소년을 말하는데, 보호자가 자신의 자녀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한다는 이유로 통고하는 사건들이 꽤나 많았다. 특히 가출한 자녀의 가방에서 발견된 담배나 피임도구 사진들이나 다액의 현금이 자녀의 계좌에 입금된 내역들이 소명자료로 자주 제출된 바 있다.
보호자 통고가 필요할 때
요즘에는 아동학대 사건과 소년심판 사건이 같이 연관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주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체벌을 가하고, 그러면 아이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모의 체벌에 대항하여 부모에게 욕을 하거나 부모를 폭행한다. 이런 상황으로 신고가 되면, 부모는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이면서 존속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아이들은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존속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떠한 상황에서도 물리적인 폭력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 쉽지 않더라도 부모는 대화로 아이들을 설득하고 가르쳐야 한다. 자녀들이 어려서 체구가 작은 경우 체벌을 통한 훈육이 쉬울 수도 있고, 그래서 일부 부모들은 자녀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물리적인 행위로 자녀를 제압한다. 그러나 체벌이나 물리적인 제압에 노출된 아이들은 점점 그러한 제재에 내성이 생기게 되고, 결국 반항하고 사고 치는 아이들에게 이전과 똑같은 체벌로는 훈육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부모들은 선을 넘어 자녀들에게 훈육을 위한 체벌이 아닌 감정이 실린 폭력까지 저지르게 된다.
폭력적 체벌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정폭력 또는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대체로 커서 다른 사람을 상대로 폭행, 학대, 협박 등 물리적인 가해행위를 저지르거나 자해를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비행소년의 가정환경을 조사해 보면 폭력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오랫동안 부모의 가정폭력 또는 아동학대에 노출되어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단 한 번의 자녀에 대한 폭행이 자녀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길 수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더라도 자녀와의 갈등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자녀가 범죄나 비행을 계속해서 저지르면서 대화와 설득에 전혀 응하지 않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럴 때는 부모가 자녀를 직접 체벌하기보다는 차라리 보호자 통고제도를 이용해 자녀로 하여금 소년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안전할 수도 있다. 소년재판을 받는다고 무조건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소년원에 가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비행행위가 중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거나, 자녀가 아무 이유 없이 장기간 가출하거나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잘못된 성행을 개선하는 것이 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체벌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정법원 근무 당시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아이들이 보호자 통고를 통해 조사를 받고 심리를 위해 법정 앞에 서는 것만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비행 또는 우범행위 등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케이스를 많이 보았다. 청소년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국가가 모든 국민의 보호자로서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기대할 수 없는 소년에 대해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서 소년을 보호한다’는 국친사상(國親思想)이 절실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