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선임 정 회장 월권 드러났다 … “전강위 무력화, 후보 내정 후 정 회장이 최종 면접"

      2024.10.04 13:12   수정 : 2024.10.04 14: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의 격랑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국민들은 더이상 월드컵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싹 갈아엎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사태의 시작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이었다.

잘못된 선임이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왔고 현재에 이르렀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 과정이 절차적 허점으로 점철됐다는 게 1년 7개월여 만에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감사 중간발표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무력화됐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자 2명에 대한 최종 면접을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닌 정몽규 협회장이 직접 진행했고, 이사회 선임 절차도 누락됐다는 게 문체부 판단이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마이클 뮐러 전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는 지난해 1월 19일 출범했다.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최윤겸 전 충북청주FC 감독, 조성환 부산 아이파크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참여했다.

하지만 문체부 발표에 따르면 협회는 전력강화위가 꾸려지기 전부터 이미 후보군을 추리고 에이전트를 선임해 협상을 진행했다. 정관상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하고 자문하는 기구인 전력강화위를 사실상 배제한 것이다.

이 가운데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2월 7일 후보자 5명의 화상 면접 결과를 보고 받고 1, 2순위 후보자는 직접 면접하겠다며 나섰다. 정 회장은 2월 8∼9일 실제로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적임자로 낙점돼 협상 끝에 같은 달 24일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쥐었다.

문체부는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정 회장이 지휘한 최종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1차 면접과 달리 관련 자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평가 내용을 감사에서도 파악할 수 없었다. 더불어 각급 대표팀 지도자를 뽑을 때 이사회를 거치지 않던 관행에 따라 클린스만 전 감독에 대해서도 이사회 선임 절차가 누락됐다고 짚었다.


협회는 당시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가 나오자 '밀러 위원장이 복수 후보자를 상대로 1, 2차 화상 면접을 진행했다'는 주장을 골자로 반박 자료를 냈으나 이는 허위 사실인 걸로 드러났다.

이 같은 절차적 하자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이후 처음이다. 정 회장을 비롯한 협회 측도 문체부의 감사 내용을 일부 시인한 걸로 확인됐다.

문체부에 따르면 협회는 정 회장이 면접을 통해 후보자를 따로 평가한 게 아니라 직무 범위 안에서 의견을 듣는 자리여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다만 규정에 따른 이사회 선임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지 못한 사실은 인정했다.


대한축구협회의 반박 여부와 무관하게 명백한 절차상 오류가 세상 밖으로 공식적으로 드러난 시점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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