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반도체로 불똥?

      2024.10.06 16:38   수정 : 2024.10.06 16: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려아연 노조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반대하면서 핵심 기술인력 이탈이 예상되서다. 반도체 황산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한 배경이다.



6일 반도체 업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노조는 MBK파트너스를 향해 "약탈적 공개매수 시도 중단하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노조 조합원 70여명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개매수 시도를 규탄했다.

국내에서 고순도 황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다. 온산제련소는 반도체용 황산을 포함해 연간 총 140만톤(2023년 기준)의 황산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황산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고려아연도 이에 발맞춰 반도체 황산을 미래 사업으로 낙점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해온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황산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선 고순도 황산이 필요하다. 반도체 제조에서 초기와 후반 공정에서 필수 역할을 하는 게 고순도 황산이다. 순도가 낮은 황산은 반도체 성능과 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가 이뤄질 경우 노조와의 갈등과 파업 가능성으로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2년 전 화물연대 총파업 때처럼 반도체 황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당시 화물연대는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반도체 황산 운송에 차질을 빚게 되면 GDP의 약 6%를 차지하고 전체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활용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IB 업계는 온산제련소의 핵심 기술인력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인력들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져가면 전원 퇴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고려아연 노조와 MBK파트너스의 갈등, 핵심 기술인력의 이탈 등을 우려해 고려아연으로부터 받는 반도체 황산 물량을 최소화하고 국내외 다른 업체로 공급처를 다양화할 것"이라며 "이 경우 핵심 수요처가 사라지고 고려아연은 회사 차원에서 큰 손해를 입을 뿐 아니라 주주가치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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