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기업 확대되면 데이터 분석 시장 커진다

      2024.10.06 18:30   수정 : 2024.10.06 18:30기사원문
'재무정보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는 기업 정보 간 비교 가능성을 높여 투자 기준뿐 아니라 은행권의 여신 대상 관리, 금융감독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단계까진 오지 못 했다. 투자 정보 환경은 어느 정도 조성됐으나 데이터가 '활용되는 시장'은 태동하지 못해서다.



6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XBRL은 크게 2개 시장으로 구분된다. 구축시장과 활용시장이다.
국내에서 전자는 이미 발을 뗐고 금융당국이 키를 잡고 추진·지원하고 있다. 정보 생산자인 기업들이 자기 정보를 작성기를 통해 태깅하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수요자, 회계법인 등이 공급자인 컨설팅 시장이 형성돼있다. 후자는 이렇게 올라와있는 정보를 특정 기준에 따라 종합 및 분류하는 영역이다. 가령 현재 전체 상장사 우발부채를 일렬로 나열해 한 번에 뽑아보려면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XBRL은 각 기준(택사노미)별로 기업들이 정보를 입력해놔 원하는 지표를 일괄적으로 불러올 수 있도록 해놓은 플랫폼이다. 수백·수천개 PDF 파일에서 하나씩 엑셀에 복사-붙여넣기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제무제표 본문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주석까지 XBRL로 공시해야 하는 기업은 지난 2·4분기 보고서 기준 162곳뿐이다. 하지만 공시 대상 확대로 정보량이 방대해지면 제도권 평가정보업체뿐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도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형관 나이스평가정보 기업정보운영실 매니저는 "주석도 본문과 같이 추출 작업이 가능해지면 금융투자뿐 아니라 은행 등 여신업권의 기업 대출 심사를 위한 정보 취득 관련해서도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전체 상장사와 외부감사 대상 비상장법인까지 총 4만곳으로 그 영역이 넓어진다면 크고 새로운 XBRL 정보 시장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XBRL은 금융감독 효율성도 높일 것으로 평가된다. 감독당국이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비교해 고위험군을 재빨리 식별해낼 수 있어서다. 회계법인들도 XBRL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연계해 감사 품질과 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

공시 대상에 전체 상장사(2467개사)와 국제회계기준(IFRS)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비상장법인(225개사) 등을 넘어 그 외 비상장사까지 포함되면 실시간·주기적 경고 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
실제 금감원은 민간 기업들과 함께 대부업, 저축은행 등 IFRS 미적용 금융사나 비상장사에 적용되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분류체계(택사노미)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실제 적용까지 되면 사전 감독 영역이 대폭 확장된다.


김현웅 선솔루션(XBRL 전문 컨설팅사) 대표는 "감독기관에서 XBRL 데이터를 재가공해 다양한 조사 및 감리 등에, 금융기관은 기업 신용평가나 여신 관리 등에 해당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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