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새 수장에 이어 이란 해외 공작 사령관도 생사불명
2024.10.07 10:01
수정 : 2024.10.07 13: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란 해외 공작부대 사령관이 이달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 이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지면서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20년 같은 부대 사령관을 이라크에서 암살해 이란 및 중동 안팎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2명의 이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에스마일 가니 준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새벽 레바논 남부 다히예에 있었으며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IRGC는 육·해·공·방공으로 이루어진 이란 군대와 분리된 제 5군으로 이란 이슬람 정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정치군대다. IRGC는 산하 '쿠드스군'을 이용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친(親)이란 조직을 지원하며 해외 공작을 기획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20년 이라크에서 이란의 국민영웅이자 쿠드스군 사령관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 소장을 제거했다. 에스마일 가니는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쿠드스군 사령관에 올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및 헤즈볼라, 기타 친이란 조직들을 지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이달부터 레바논을 침범해 하마스 및 이란을 돕는 헤즈볼라를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헤즈볼라의 수장이었던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을 제거했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30일 나스랄라의 외사촌이자 헤즈볼라 집행위원장이었던 하셈 사피에딘을 새로운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지난달 3일 사피에딘 마저 제거하기 위해 다히예의 헤즈볼라 시설을 공습했다. 사피에딘의 생사 여부는 폭격 이후 알려지지 않았다. 헤즈볼라 집행위원회 소속 정치인인 마무드 크마티는 6일 사피에딘의 행방에 대해 "나는 정보가 없다. 우리도 이 문제의 진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사피에딘을 찾기 위한 수색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헤즈볼라가 차기 수장을 뽑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크마티는 가니의 행방에 대해서도 폭격 이후 들은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 매체들에 따르면 가니가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나타난 시점은 지난달 말이었다. 그는 당시 이란 수도 테헤란의 헤즈볼라 사무실에 등장했지만 이란 정부가 나스랄라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4일 진행한 예배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5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뉴스 사이트인 타브낙은 가니의 행방에 대해 "대중이 우리 장군의 생존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현지 매체 샤흐레 카바는 가니의 일생을 회고하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IRGC 관계자는 이란 정부가 가니의 생사에 대해 침묵하면서 현지 부대원들 사이에 공황이 퍼졌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