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은 열리지 않았던 중국 최대 관광 성수기 국경절

      2024.10.07 12:34   수정 : 2024.10.07 12:34기사원문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의 국경절 연휴(10월 1∼7일)에 관광객은 넘쳐났지만,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늘어난 관광객에 비해 지출은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지출을 줄이려는 현상이 뚜렷해져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고소득자를 겨냥한 중국 내 여행사 디어 보이지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관원루는 SCMP에 "최대 관광 성수기인 국경절 연휴에 올해처럼 사정이 암울했던 적은 없다"면서 "성수기가 오히려 최악 수준으로 팬데믹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광객이 크게 늘어 여행업이 활발한 회복세라는 주변 평가와는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최고 휴양지 하이난성 싼야 현지 여행사 직원 선첸위도 "대부분 호텔이 객실료를 포함한 여타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지만, 작년 대비 예약률은 60∼65% 수준이고 2019년과 비교하면 절반"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 여행업계 출판물인 트래벌존 창업자인 장하오시는 "지난 여름 남부 구이저우·간쑤·산시·칭하이성과 닝샤 자치구,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관광객이 많았지만, 소비 지출이 낮아 해당 지역 경제에 거의 보탬이 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SCMP는 중국의 경기 침체 속에서 중국인들 소비가 점점 검소해지고 지출을 꺼리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내년 1월 춘제(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관원루 COO는 "팬데믹 기간엔 코로나19를 불가항력으로 간주하고 (관광 관련) 사업체들이 최소 비용으로 운영해 견딜 수 있었지만, 최근 1∼2년새 경제 회복을 전제로 비용을 써가면서 운영해온 탓에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라고 토로했다.

윈난성에서 맞춤형 여행업을 하는 현지 여행사 직원인 춘샤오친은 "지난 여름 회사 매출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면서 "고급 호텔을 찾는 고객은 줄고 중저가 호텔을 찾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라고 절약 소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후이성 황산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화장실과 식당 바닥에서 떼 지어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의 사진이 올랐으며, 홍콩 성도일보가 이를 지난 4일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국경절 연휴 관광 소비 증가를 낙관했다.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 매체들도 관광지마다 입장권 예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팬데믹 직전 2019년보다 17.2% 증가했다고 보도했지만, 현장에서는 이들의 소비가 너무 적고 줄었다는 지적이다.
관원루 COO는 "관광업 전문가들은 통계를 보지 않고 전망을 믿지 않는다"면서 "그걸 보면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