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소득 2년 성과, 탈수급비율·근로소득 동시 증가
2024.10.07 16:49
수정 : 2024.10.07 16:49기사원문
디딤돌 2년차, 탈수급 비율 3.8%p 상승
서울시는 2년간 디딤돌소득의 지원을 받은 가구의 2년차 탈수급 비율(수급자가 자립하여 더 이상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되는 비율)이 1년차 4.8% 대비 3.8%p 상승한 8.6%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서 "한국도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기회의 차이가 커지면서 계급이 고착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디딤돌소득을 받은 많은 가구들이 지원금을 자녀교육에 활용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딤돌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2022년 7월 시작했다. 시범사업을 위해 2022년에 중위소득 50%·재산 3억2600만원 이하 484가구를 선정했고, 2023년엔 대상을 중위소득 85% 이하로 확대, 1100가구를 선정했다. 올 4월엔 가족돌봄청년과 저소득 위기가구를 중심으로 총 492가구를 추가로 선정했다. 지원집단은 중위소득 85% 대비 가구소득 부족분의 절반을 3년간 지원받는다.
예컨대 올해의 경우 디딤돌소득 지원가구에 선정된 1인가구의 소득이 0원일 경우 중위소득 85%인 189만4000원 대비 가구소득 부족분의 절반인 94만7000원을 매월 지급하고 있다. 만약 가구소득이 50만원인 1인가구라면 부족분의 절반인 69만7000원을 매월 지급받는다.
디딤돌소득은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어도 자격이 유지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소득이 줄더라도 자동으로 급여가 지급된다. 또 일할수록 가구소득이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어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는다.
디딤돌로 자립, 근로소득으로 이어져
분석 결과 디딤돌소득이 현행 제도 대비 높은 탈수급률을 보이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지원가구 자립의 발판이 되고 있음이 입증됐다. 지원받은 가구의 31.1%(476가구)는 근로소득이 늘어나는 의미 있는 성과도 냈다. 1차년도 21.8%(104가구) 대비 9.3%p 높아지면서 근로유인 효과가 약한 현행 제도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일을 하지 않는 이른바 '비(非)근로가구'의 근로유인 효과도 관찰됐다. 일을 하지 않는 가구 중 디딤돌소득을 수령 후 근로를 시작한 비율은 비교가구 대비 3.6%p나 높았다.
이외에도 디딤돌소득을 받은 가구들이 지원금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구는 늘어난 소득으로 일하는 시간은 조금 줄이고 그 시간을 돌봄에 할애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구주가 여성일 경우엔 이러한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났는데 디딤돌소득이 경제적 압박으로 돌봄이 부족했던 가구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교육훈련비를 비교가구 대비 72.7% 더 지출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서울시정의 목표인 계층이동 사다리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저축액도 비교가구보다 11.1% 높아 자산형성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현행 제도는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 후 급여액에서 일부 차감하기 때문에 자산형성 유인을 저해할 수 있지만 디딤돌소득은 자산이 급여액에 영향을 주지 않아 저축에 대한 욕구를 높여준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디딤돌소득을 받은 가구의 의료비와 식료품비 등 필수재 소비지출이 비교가구에 비해 컸다. 정신건강 개선효과도 높았다. 정신건강 개선 효과는 근로유인 효과가 높았던 가구, 특히 평상시에 일을 하지 않던 가구에서 더 크게 나타나 근로와 정신건강의 밀접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의 평가를 맡은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정민 교수는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필요한 집단은 누구인지, 근로 요인을 제고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는 어떤 형태인지, 사회적 투자가 될 수 있는 복지제도는 무엇인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디딤돌소득 실험을 통해 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