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판옥 하사 ’저격능선 전투‘ 전사..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2024.10.07 16:39
수정 : 2024.10.07 17:43기사원문
6·25전쟁 당시 국가를 지키다 19세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호국영웅의 신원이 확인돼 7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 왔다. 하지만 형의 무공훈장을 보관해오며 유해라도 마주하고자 기다렸던 동생은 신원확인 2개월을 앞두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7일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6·25전쟁 당시 ‘저격능선 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박판옥 하사(현 계급 상병)로 지난 9월 26일 확인했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친조카 박광래(1950년생) 씨는 “장가도 못 가신 채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작은 아버지의 유해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속에서 막연하게 유전자를 제공했지만 이렇게 유해를 찾을 수 있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끝까지 헌신적으로 찾아주신 국가와 국방부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는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며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국군 장병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발굴한 고인의 신원은 유전자 분석과 유가족의 적극적인 유전자 시료 채취 동참이 있었기에 확인 가능했다.
고인의 유해는 유해 소재 제보를 토대로 2000년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국군 장병들의 노력으로 머리뼈 등 유해를 발굴했다.
지난 2017년 고인의 조카 박 씨가 삼촌의 유해라도 찾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였지만, 당시 기술로는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다 국유단은 과거 유전자 분석이 이뤄진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를 보다 정확도가 높은 최신 기술로 재분석한 끝에 올해 9월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사이 전사자의 화랑무공훈장을 보관해오며 형의 유해라도 찾기를 기다려온 남동생 박판남(1940년생) 씨는 올해 7월, 신원확인 2개월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34년 6월 전라북도 부안군 행안면에서 8남 5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유가족 증언에 따르면, 전사자는 부모님과 함께 농사와 어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전쟁이 발발한 이후 1951년 9월 30일 입대했다.
고인은 국군 제2사단 17연대 소속으로, 여러 전투에 참전 후 강원도 김화지구 ‘저격능선 전투’에서 중공군과 맞서 싸우던 중 1952년 10월 16일 18세의 꽃다운 나이로 장렬히 전사했다.
국유단은 6·25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유가족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시간과의 전쟁’을 하는 상황인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유단 탐문관들은 각지에 계신 유가족을 먼저 찾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고 계시지만 거동 불편, 생계 등으로 방문이 어려우신 유가족께서는 대표번호로 언제든 연락 주시면 직접 찾아뵙고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드린다고 전했다.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 채취는 6·25 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 가능하며,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