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학이 인정한 ‘디딤돌소득’… 오세훈은 전국화 청사진

      2024.10.07 18:27   수정 : 2024.10.07 18:27기사원문

복지 분야 세계적 석학들이 서울시 디딤돌소득의 2년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들은 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성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점을 마련한 뒤 중앙정부와 함께 전국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 대안 될 수도"

서울시는 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오세훈 시장과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그러스키 스탠포드대 사회학 교수가 특별대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소득보장제도의 가능성'을 진행했다.

두 전문가는 디딤돌소득 실험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이들은 디딤돌소득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소득보장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복지 사각지대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소득제도를 통해 계층 이동 사다리를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지 고민 끝에 디딤돌소득을 고안하게 됐다"며 "다만 단순히 현금성 지원을 할 경우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디딤돌소득의 배경을 설명했다.


샹셀 소장은 "신자유주의가 주류로 떠오른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부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보다 심각한 상태"라며 "빈곤의 함정에 갇히면 건강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근로활동을 못 할 수 있는데 그렇기에 디딤돌소득 같은 소득보장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샹셀 소장은 특히 디딤돌소득의 장점에 대해 "제대로 된 실험을 위해선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투명하게 검토할 수 있어야 하는데 디딤돌소득 성과를 보면 데이터가 명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특히 수급자들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스키 교수는 "굉장히 과감하고 흥미진진하면서도 리더십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디딤돌소득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찾지 못했던 효과를 추가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국민 일괄지급, 단순한 논리"

오 시장은 디딤돌소득과 유사한 정책으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국민 25만원 일괄지급'에 대해 비판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내세우는 기본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반면 디딤돌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집단은 중위소득 85% 대비 가구소득 부족분의 절반을 3년간 지원받는다.

오 시장은 "좌파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을 저는 늘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제 입장에서 황당한 주장"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오 시장은 "이 대표에게 왜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줘야 하느냐 물으면 부자들에게도 똑같이 줘야 그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며 "죄송한 표현인데 단순 무식한 논리를 동원하는 기본소득 주창자가 우리나라 제1야당, 그것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제1야당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00만~200만원씩 주기에 앞서 전초전으로 25만원씩 줘보자는 주장에 비춰보면, 오늘 이 토론은 대단히 고급스럽고 디테일에 강한 분석"이라며 "어떻게 보면 좌우가 바뀐 셈"이라고 꼬집었다.

■디딤돌소득 전국화 목표

오 시장은 디딤돌소득의 최종 목표가 '전국화'라고 언급했다. 서울시의 시범사업이 마무리되면 그 결과를 가지고 중앙정부와 논의해 전국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디딤돌소득 시범사업 2년의 성과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오 시장은 "이 정도 성과가 났다면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정보를 공유해, 전국화에 따른 장단점을 깊이 토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다른 복지제도와의 통폐합, 현금 지원성 복지정책들과의 통폐합 등을 중앙정부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디딤돌소득 지원집단과 디딤돌소득을 받지 않는 비교집단 간 일·고용, 가계관리, 삶의 태도 등 7대 분야에 대한 효과를 분석해 전국화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경제의 선순환과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면 전국화에 대한 논의를 내년 하반기에 시작하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재원 마련도 주요 관심사다. 샹셀 소장은 "OECD 국가들도 다양한 소득보장제도를 하지만 이로 인한 세율도 높다"며 "불평등 해소 대안으로 서울디딤돌소득이 전국적으로 확산했을 때 재정 문제의 해법이 있나"라고 물었다.
국내에는 일부를 제외하곤 현금성 소득보장제도가 없는데, 디딤돌소득의 전국화는 재정투입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어서다.

오 시장은 "국내 전문가들은 5~6년 뒤쯤엔 국내총생산(GDP)의 약 20%까지 복지 지출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정도 범위에 이 수혜자의 폭을 맞추는 것인데 예를 들어 최종적인 목표를 중위소득 85%로 맞춘 뒤 처음에 재원에 맞게 중위소득 65%부터 시작해 점차 올리면 감당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 시장은 또 "기초수급자의 경우 생계비, 주거비, 교육비 등 각종 지원을 받는데 이런 현금성 지원들을 어디까지 통폐합해서 디딤돌소득 틀 내에 집어넣을 것인지도 지금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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