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고려아연, 금융당국 개입에 '제동' 걸리나
2024.10.08 16:25
수정 : 2024.10.08 16:25기사원문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고려아연과 MBK·영풍 간 공개매수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결국 금융감독원이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다툼이 '쩐의 전쟁'으로 변질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자 당국이 칼을 빼든 것이다.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개입의사를 밝히면서 양측의 공개매수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엄정한 관리·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이 원장은 "특히 '공시 이전에 공개매수가보다 고가로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라든지 '자사주 취득 가능 규모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등의 풍문 유포행위와 주가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 등 상대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원장은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공개매수 과정뿐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히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또 "이번 공개매수와 관련해 투자자 피해 우려가 높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조치를 지시하는 등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MBK·영풍 간 공개매수 경쟁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전망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던 상호비방전도 잠잠해진 모양새다.
한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법령에 따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영권이 MBK파트너스로 넘어갈 경우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고려아연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안덕근 장관은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이고, 고려아연이 가진 제련 기술을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 산업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기업과 협의해 향후 국가핵심기술(지정)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자사 보유 기술에 대해 신청한 '국가첨단전략기술 및 국가핵심기술 판전 신청' 안건을 심의했다. 심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산업부 장관의 '적극 검토' 발언에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선정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국가핵심기술로 선정된다해도 이번 경영권 다툼에 있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그러나 국가핵심기술로 선정되면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과 관련해 MBK측에 더욱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어 고려아연에는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또 MBK가 경영권을 가져간다면 향후 고려아연을 외국회사에는 매각하기 힘들어지는 만큼 향후 공개매수가를 올리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