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산업은 국가대항전… 외국기술 독점 경계해야 미래 있다
2024.10.08 18:14
수정 : 2024.10.08 18:14기사원문
인공지능(AI) 산업은 현재 전쟁터입니다. 국가 대항전이죠. 그리고 전쟁엔 장수가 필요하죠. 네이버는 그 전쟁의 선봉에서 싸우는 장수와 같습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겸 네이버 퓨처AI 센터장은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영화배우보다 더 유명한 인물'로 꼽힌다.
하 센터장은 8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 AI 기술 수준은 글로벌 3위권 정도지만, 선두권과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순식간에 20등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그가 최근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소버린 AI는 각 국가가 자국 데이터와 AI 기술을 통제하고, 외국의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AI를 운영함으로써 경제적 주권과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토록 주도권을 가지는 AI 전략을 말한다. 그는 "AI 기술은 단순히 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차원의 미래 전략이 될 것"이라며 "소버린 AI는 네이버의 어젠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어젠다다. 새로운 수출 아이템으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하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기술 진전이 매우 빠르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어떤가.
▲생성형AI 기준으로 보면 3위권 정도다. 그런데 AI는 모델만으로 다가 아니다. 전력을 비롯해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이 기술을 각 산업에 확산시키는 것 등 이런 전체 밸류체인이 중요하다. 이 같은 밸류체인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경쟁력이 있다. 특히 자체 클라우드를 가진 곳이 생각보다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한국 정도다. 자국 클라우드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건 기술을 담는 '밥그릇'이다. 클라우드가 있어야 AI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 데이터가 거기서 쌓이고, 그걸로 다시 AI를 만들고 인프라를 깐다. 일종의 도로와 같다.
―3위권이면 상당히 높은 수준 아닌가.
▲물론 그렇다. 정확히는 '3등군'이다. 여기에 싱가포르와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등이 포함된다. 미국의 AI 기술 수준이 100이라면 중국이 54 정도, 한국은 30 정도다. 3등군에 포함된 나라는 1~2점 차이를 보인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순식간에 20위 밖으로 밀릴 수도 있고, 혹은 3등군 안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AI를 만들 수 있는 자체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더라도 계속 유지를 해야 한다. 일각에선 '미국의 AI 기술이 월등하니까 기술보단 확산에 중점을 둬 보자'는 말도 있는데 이건 굉장히 위험하다. AI 밸류체인에서 AI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게 없으면 (밸류체인이) 존재할 수 없다. AI 기술이 없다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AI 기술이 종속된 상태에서 독점업체가 가격을 높여버리면 방법이 없다. 앱 생태계를 봐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나. 그래서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AI는 앞으로 모든 산업에 도구로 녹아든다는 점에서 기술 종속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소버린 AI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자국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AI는 결국 데이터로 움직이는 기술이다. 사람들이 쓴 글이나 영상 등 모든 콘텐츠가 데이터가 되고, 여기에는 그 지역의 가치관이 그대로 녹아 있다. AI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가치관을 반영하면, 그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오픈AI 등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미국의 가치관 중심으로 가게 된다. 지금은 수정됐지만 챗GPT가 동해를 일본해로 쓰지 않았나. 이런 문제는 수정도 가능하다고 치자. 미국의 경우 총기가 합법이다. 주에 따라서는 마리화나도 합법이다. 그래서 같은 값이면 긍정적으로 표현된다. 이런 가치관에 계속 노출되면 자국의 정체성과 문화 고유성도 바뀔 수 있다.
―구체적으로 소버린 AI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소버린 AI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자국 역량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려면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 인재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래서 자체 역량이 약한 곳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글로벌 빅테크는 기술전수를 안 하니까, 종속 우려가 크다. 중국은 여러 변수들이 있고, 그렇게 따지다 보면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좋게 보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 셈이다. 그래서 소버린 AI가 수출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서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스타트업 생태계를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걸 네이버가 혼자서 어떻게 하겠나. 그래서 소버린 AI는 네이버의 어젠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 아젠다로도 본다. 기업들을 모아서 중동이나 동남아 등을 가서, 어느 나라는 이 기업이, 어느 나라는 저 기업이 하고 할 수 있지 않겠나. AI는 전쟁이다. 전쟁은 국가가 하는 거지만, 장수가 꼭 필요하다. 네이버가 플레이어의 하나로, 선봉에 서겠다.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AI 기술 경쟁… 거품론도 나온다.
▲섣부른 예단이다. '거품론'은 투자대비수익(ROI)의 문제다. 현재 AI 기업들의 수익이 크지 않았으니까. 이른바 '겨울론'도 나오는데, 저는 반대로 본다. 원가는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고 있고 AI 기업도 매출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챗GPT가 나온지 이제 약 2년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다. 검색 서비스가 수익이 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2년이 되지 않은 기술에 거품을 말하면 안 된다.
―AI 등장으로 노동시장의 변동에 대한 말들도 많다.
▲어떤 직업이든 앞으론 AI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계속 변하는 만큼 AI를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전에는 사무실에서 타자기로 일을 했다. 지금은 어떤가. 컴퓨터가 등장했다고 그 분들의 역할이 사라졌나. 직업의 형태는 변하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거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처럼 AI가 업무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거다. 다만 어떤 직업군이든 신입이나 초급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초급 인력이 사라지면 상위 직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래서 이들 인력이 AI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성장방법을 찾아야 한다. AI 시대에는 국가와 사회가 진입 단계의 인재들을 어떻게 전문가로 육성을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