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임종룡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질 것..자회사 인사권 내려놓겠다 "
2024.10.10 17:04
수정 : 2024.10.10 17: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제가 잘못해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4대 금융그룹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임 회장이 처음이다. 다만 임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자진사퇴’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조직의 안정과 내부통제 강화에 신경쓸 때"라며 사퇴론에 선을 그으면서 부당대출 사고 관련 내부통제 개선방안으로 그룹사 전 임원의 친인척 신용정보 등록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자회사 임원 인사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부당대출 사고 관련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사회 충실의무 등 근본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임종룡 "계열사 자율 경영 보장..친인척 신용정보 등록 "
임종룡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4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해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거센 질타에 "친인척 부당대출 등으로 우리 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다시 대국민 사과를 했다.
특히 임 회장은 지주회장의 '제왕적' 인사권 축소 계획을 밝혔다.
임 회장은 "회장 권한과 기능을 조절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 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또 부당대출 사고 관련 내부통제 개선방안으로 "임원 친인척 대출 취급 시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대출 실행) 후 적정성 검토 등 엄격한 관리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의 견제 감독 방안으로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되는 윤리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그 직속으로 외부 전문가가 수장이 되는 윤리경영실을 만들겠다"면서 "여신 감리조직을 격상하고 부적정 여신에 대한 내부자 신고 채널을 강화하고 이상 거래에 대해 전산적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통합 우리은행의 계파 문제도 거론하면서 "통합은행 성격의 우리은행에는 오랫동안 민영화되지 못한 문제 때문에 분파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음지의 문화를 없애지 않고, 우리금융이 바로 설 수 없다"고 올바른 기업문화 교육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정무위 위원은 부당대출 사고 책임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전 경영진이 아닌 현 경영진에 물으면서 사퇴를 압박하는 점을 '관치금융' '인사개입' 등으로 집중적으로 문제삼기도 했다.다했도긷
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부당대출 사고 책임을 전 경영진이 아닌 현 경영진에 묻고 관련없는 동양생명 인수합병까지 거론하면서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우리은행 사태는 정권의 금융기관 인사 개입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장이 금융회사 인사에이렇게 깊이 영향력을 끼치는 상황이 맞다고 보느냐"면서 "이번에는 임 회장을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임종룡 회장은 "인사개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금감원장의 우리금융에 대한 언급은 이번 부당대출 사건을 계기로 해서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경영진의 각성,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걸로 이해하고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금융사고 근본적 해결하려면 이사회 의사결정 방식 개선해야
부당대출이나 횡령 등 은행권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의사결정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우리금융에서 내부통제 미비에 대한 감시 기능을 이사들이 해 줘야 되는데 거수기로 전락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외이사 부분 역할을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 의결 63건 중 사외이사 반대는 1건도 없다.
최근 가계대출 정책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정부나 감독당국에서 혼선을 준 부분이 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금융의 컨트롤타워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중에) 누구냐는 얘기까지 나온다'는 지적에는 "저는 제가 그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조만간 공청회를 거친 뒤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홍콩 ELS 사태 이후에 이 문제에 대해 제도개선 논의 중인데 나뉘는 의견이 있어 공청회를 거치기로 했다"면서 "은행권 신규 펀드 판매 가운데 공격적 투자자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데 놀랬고 한번 살펴 보겠다"고 말했다.
이달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준비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료 기관들의 협조를 얻는 게 만만치 않지만 처음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달 25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도 민간 병원의 경우 사실상 3%가 채 되지 않은 참여만 이뤄지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김 위원장은 "최근에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중에서 상당히 큰 규모 포함해 비용문제를 보험사와 합의했다"며 "관리 병원을 다 포함시키면 보건소를 제외하더라도 저희 계산으로는 한 청구건수 기준 67% 정도, 병원 기준 34% 정도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숫자가 상당히 개선될 여건을 마련해가고 있다"며 "25일 시행 때는 부족한 상태로 시행될 수밖에 없지만 내년 시행 과정에선 차질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예지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