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미정상과 함께한 ‘신의 눈물’... 백악관 최장수 만찬주는 ‘보리우 빈야드’
2024.10.11 04:00
수정 : 2024.10.11 04:00기사원문
■한미 정상 회담 만찬 와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29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 정상 간 협력 의지를 다졌다. 이 자리에서 만찬주로 사용된 와인이 바로 '하트포드 파 코스트 피노누아'다.
잭슨 패밀리가 소유하고 있는 하트포드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피노누아 와인이다. 하트포드 패밀리 와이너리가 적목으로 둘러싸인 빈야드에서 재배한 피노누아 품종 포도로 제조한다. 해수면에서 900~1200ft(약 274~365m) 높이의 서늘한 기후로 피노누아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1990년대 중반 설립돼 비교적 짧은 와이너리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품질을 인정받았다. 하트포드 패밀리 와이너리는 1994년 돈 하트포드가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러시아 리버 밸리의 진판델 포도밭을 중심으로 설립했다.
하트포드 패밀리 와이너리는 1997년부터 백악관에 공식 와인으로 선정됐다. 2002년 이후 생산된 피노누아 와인은 로버트 파커로부터 95~97점 이상을 받으면서 미국 내 최고의 와인이란 극찬을 받았고, 와인타임지에서도 톱10에 선정됐다. 포도밭 별로 와인을 양조하면서 연간 1만병 내외 소량으로 최고 품질의 컬트 와인을 생산해 '숨겨진 다이아몬드 같은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첫 향부터 올라오는 강렬한 콜라향에 블랙 체리, 코코아의 아로마가 은은하게 퍼진다. 잔잔한 흙냄새와 더불어 풀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향이 매력적이다. 아시아 음식 특유의 향신료향이 절묘하게 음식과 잘 조화를 이루며 입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질감이 파 코스트 포도밭의 뚜렷한 특징을 보여준다.
■미국 독립 기념 와인 '페데럴리스트'
'페더럴리스트'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와인 브랜드다. 미국 독립을 기념하는 테마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와인이다. 특히 라벨에 미국 건국과 관련된 인물들의 이미지가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더 페데럴리스트 어니스트 레드 블렌드'에는 남북전쟁과 흑인 노예 해방을 이끈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오마주가 라벨에 담겨 있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도 뽑힌 그를 위한 헌정와인으로 미국 정치의 굵직한 획을 남긴 인물들을 위해 만들었다. 메를로, 진판델, 카베르네 소비뇽의 독특한 블렌딩을 통해 만들었다. 자두, 블렉베레, 블랙 커런트 향에 약간의 스파이스를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는 풍부하고 부드러운 촉감과 긴 여운을 선사한다. 불고기, 갈비찜 뿐만 아니라 피자, 미트볼 스파게티, 숙성 치즈와 잘 어울린다.
'더 페더럴리스트 카베르네 쇼비뇽'은 벤자민 프랭클린의 초상을 담고 있다. 그는 과학자, 발명가, 외교관이면서 독립 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했다. 더불어 독립전쟁 당시에는 프랑스로부터 군수물자 공급 등의 동맹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영국으로부터 미국을 독립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와인은 항상, 신이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가 스스로 행복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할 정도로 와인 애호가로도 알려졌다. 그래서 이 와인은 그의 통합 노력과 다재다능함을 기려서 보르도 블렌딩(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에 소량의 쁘띠뜨 시라, 이탈리아의 산지오베제 등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해 만들었다. 진한 자주빛에 블렉베리와 같은 작은 과일의 향이 풍부하며 계피향, 블랙 페퍼 등의 스파이시함이 피어 오른다. 단단한 타닌감과 구조감, 부드러운 피니쉬가 느껴지는 와인이다.
■60년 이상 백악관 사랑 받은 와인
'보리우 빈야드 나파밸리 카베르네소비뇽'은 백악관 만찬 와인으로 현재까지 가장 오랜 기간 사용된 와인이다. 보리우 빈야드는 오랜 역사와 와인 메이킹 기술을 통해 나파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의 최대 생산자로 '나파 밸리 와인의 기준'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버락 오마바 등 미국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지난 60년간 백악관 디너 만찬 와인으로 꾸준히 사용 중이다. 보리우 빈야드 나파 까베르네 소비뇽은 짙고 강렬한 블랙 베리, 블랙 체리, 자두 등 검붉은 과일 향과 제비꽃, 모카 등 복합적인 향이 겹겹이 쌓여 있다.
풍부한 타닌은 와인에 탄탄한 구조감을 더해주며 입 안을 꽉 채우는 것이 특징이다. 오크통 숙성으로부터 나오는 시나몬, 카라멜 향이 와인에 기분 좋게 스며들어 있으며 긴 여운으로 이어진다. 지금 마셔도 좋은 적당한 힘이 있지만, 7년 정도까지 숙성이 가능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랑한 데일리와인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피플'지와 인터뷰에서 자주 즐기는 와인으로 언급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 와인은 지난 38년간 미국 레스토랑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미국내에서도 데일리와인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1980년대 출시한 이 와인은 출시된 당시의 고객에게 신선함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트렌드가 됐다. 고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지키고 있어 현재까지도 부르고뉴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인다.
캔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는 시원하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이다. 차갑게 해서 마실 때 입안에 느껴지는 망고, 파인애플, 파파야와 같은 열대 과일의 풍미가 입안을 살짝 채워준다.
이 때문에 와인을 어떤 음식과 페어링 없이 와인 자체만으로도 즐기기 좋다. 또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바닐라와 꿀 향의 조화는 미국 샤르도네 와인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오크통으로부터 오는 길고 부드러운 여운이 인상적이다.
이런 맛의 특징 덕분에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는 굴, 게와 같은 어패류 요리나 파스타, 샐러드와 같은 가벼운 느낌의 요리 그리고 과일과 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한미 대통령의 와인
'클로 뒤 발 카베르네 소비뇽'은 미국 역대 대통령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도 자주 즐겼던 와인으로 이른바 '대통령의 와인'으로 알려졌다. '작은 계곡의 작은 포도 밭'이라는 뜻을 가진 끌로 뒤 발은 1972년 스택스 립 지역에 설립됐다.
와이너리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그로부터 4년 후인 1976년이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터닝 포인트이기도 한 '파리의 심판'에서였다. 와이너리 첫 생산 빈티지의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8위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고, 이 사건으로 끌로 뒤 발은 나파 밸리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1986년 제2회 파리의 심판에서는 당당히 1위의 자리를 차지하며 그 품질과 맛을 다시금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 클로 뒤 발 카베르네 소비뇽은 미국 캘리포니아산 레드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94%)과 메를로(3%), 카베르네 프랑(3%) 3가지 품종을 섞어 만들었다. 풍부한 과일맛과 꽃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진한 검붉은 자주색을 띠는 와인으로 짙은 과일향, 오크향, 구운 향신료와 다크 초콜렛 향이 느껴진다. 풍미가 넘치고 탄탄한 구조감과 모카, 블랙 페퍼, 바닐라 등이 느껴지는 크리미한 바디감으로 목넘김이 벨벳과 같이 매우 부드러운 와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 와인과 김대중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 와인으로 사용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과 청와대 영빈관 만찬 공식 와인으로 사용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식 만찬 와인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