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나라 중국 잘 알아야 '乙 외교' 벗어난다"
2024.10.10 18:22
수정 : 2024.10.10 19:42기사원문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사진)는 지난 9일 본지에 "학자의 양심에 충실하며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중국을 연구해야 한다"며 "이런 공간이 보장돼야 우리가 자유, 인권과 같은 가치, 그리고 발전과 번영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 유학 1세대에 속하는 그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중국에서 공부하면서 학문적 기반을 다진 국제정치 학자이자 중국의 대외관계에 깊은 통찰력을 가진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전문가이다.
주 교수는 미국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던 학부 때부터 '외세와의 이야기였던 중국 근현대사' 수업에 매료됐다며 "당시 미수교국이며 유학의 불모지였던 중국에서 7년의 유학생활을 포함해 중국과 교류한 지 근 34년이 됐다. 유학 초기 국제기관에 계셨던 선친의 중국 지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내가 알던 중국이 아니다. 작금의 중국의 대외적인 언행은 분명 목적과 의도가 있으며 특히 한국에 대한 언행은 과할 정도로 공세적이고 위압적이다. 이를 강하게 지적하는 이유는 우리 국민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최근 중국 분석의 집성체로서 '불통의 중국몽'과 '극중지계 1'을 출간했다. 또 미중관계사에 관한 저서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와 축약본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도 펴낸 바 있다.
그는 미국 웨슬리언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중국의 대외관계와 국제정치 이론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등을 거쳐 미국 조지아공대 방문교수, 브루킹스연구원 방문학자를 역임 후 현재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중국연구센터장, 외교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주 교수는 "한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을의 지위'를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세의 외교로 대응해 온 게 사실이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대외개방과 혁신을 통해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중수교 이후 30년간 지속돼 온 한국의 중국에 대한 환상은 거대한 시장이었다. 그 시장에 대한 강력한 힘은 도그마(Dogma·증명되지 않은 독단적 신념이나 학설)로 작용해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과 공격의 수모를 버텨내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중국은 한국의 수출과 교역에서의 약점을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중국 공포증)의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최근에도 은근히 이런 약점을 파고들어 '영향력 공작'(Influence Operation)을 확대하고 있다"며 "그 대응방법을 저서에서 극중팔계(克中八計)로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중국을 굉장히 좋아하는 저에게 최근 '반(反)중국' 인사라는 낙인이 찍힌 것 같다"며 "사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다. 학자의 양심에 충실하려 한다"고 재강조했다.
주 교수는 "미성숙하고 전문적이지 못한 외교력은 오늘날 문화적 갈등, 역사 문제로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한·미·일·중의 관계에서 우리만의 생존전략을 고안하는 게 제 학문 인생의 최대 사명이자 과제"라고 밝혔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