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월만의 '피벗', 내수엔 '미미'…재정 한계에다 美대선 불확실성 '변수'

      2024.10.11 14:05   수정 : 2024.10.11 14: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11일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 기조로 전환했다. 연 3.50%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3년2개월만이다.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경기 흐름엔 긍정 효과가 기대된다. 내수 부진 비판에 시달려 온 정부는 경제정책 전반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럼에도 인하 효과가 소비, 설비투자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다. 0.25%p 인하에도 여전히 고금리인데다 정부 재정의 한계, 부동산 시장 불안 가능성 등 소비진작 제약 요인도 다분해서다.

최상목 부총리 "존중하고 환영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 결정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이같이 답변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에서 방점이 찍힌 부분은 "환영한다"는 답변으로 분석된다.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정부로서는 금리인하는 단비여서다. 더구나 긴축에서 완화로 기조 전환을 한 것이어서 심리적 효과도 크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풀린 유동성 관리를 위해 시작된 한은의 긴축 기조는 유례없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이어지면서 소비·투자를 제약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4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가계 여윳돈인 가구 흑자액(실질)은 2022년 3·4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며 소비 여력을 죄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같은 배경때문이다. 금리인하는 통상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를 자극한다. 대출 여력이 늘면서 재화·서비스 소비가 늘어나고 시차를 두고 고용 역시 늘어날 수 있다.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 투자도 수주·착공 실적이 개선되면서 시차를 두고 증가할 여지가 높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국책연구기관 등에서는 한은에 금리인하를 압박해 왔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경제동향 10월호'에서 "고금리 기조로 소매판매의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금리와 이에따른 내수회복 지연을 경기 개선 제약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정부 재정정책 한계…"인하 효과 제한적"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인하된다. 기업과 가계 이자부담이 줄어든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기업과 가계 이자 부담이 6조 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여력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다만 금리인하, 설비투자·민간소비 증가, 고용 증가, 소득 개선 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중동 불안, 미국 대선 등 대외변수다. 대외변수가 불안하면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1월 미국 대선이 지나면 기업들도 방향성을 가지고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회복 효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 재정정책의 한계로 금리 0.25%p 인하만으론 내수개선이 본격화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세수 또한 대규모 결손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재정 확대는 사실상 힘들다"며 "그렇다고 금리를 급하게 내릴 수도 없어 내수개선세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실장도 기업의 투자 방향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후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한은이 내수부진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증가세인 가계부채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해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전히 가계 빚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 및 은행권의 대출 공급 조이기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줄었지만 주택매수 심리가 확실히 가라앉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이 9월 중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하루 평균 393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