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업으로 아파트 4층 높이 변압기 생산…북미서 쓸어간다

      2024.10.13 11:00   수정 : 2024.10.13 18: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부산=김준석 기자】 삼성전자, 한국전력, RWE(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 SDG&E(샌디에이고 가스&전기)...

지난 10일 부산 강서구 LS일렉트릭 부산공장 내부에 놓인 초고압 변압기 제품마다 고객사의 이름이 부착돼 있었다. 다른 제조 공장들과 다르게 모든 생산 과정은 작업자의 수작업이 두드러졌다. LS일렉트릭 부산공장 관계자는 "기업마다 원하는 게 조금씩 달라 고객사 맞춤형으로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요즘 변압기 업계의 슈퍼사이클로 물량이 밀려들어 눈코 뜰 새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 수요 폭증 2027년까지 완판"

이날 찾은 LS일렉트릭의 부산공장은 밀려드는 작업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십 명의 직원들이 모여 '동각선(순도 99.999% 이상 순동)'을 둥글게 마는 권선(코일)작업을 직접 했다.
동각선 가운데 구멍에 자기 회로를 넣는 철심 가공과 적층 공정을 거친 뒤 건조로에 넣어 80시간 이상 바싹 말리면 컨테이너를 두세 개 합쳐놓은 거대한 크기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압기가 탄생한다. LS일렉트릭 부산공장 관계자는 "변압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분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LS일렉트릭은 미국 에너지기업에 납품할 아파트 4층 높이의 500킬로볼트(kV) 초고압 변압기를 취재진에게 공개하는 등 기술력을 뽐냈다.

LS일렉트릭 부산공장은 국내 유일 HVDC 생산기지다. LS일렉트릭이 만든 변압기는 이후 북당진~고덕 HVDC 2단계 프로젝트에 투입돼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은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갖춰 국내외 시장에 대응해 왔다. 내년 9월까지 부산사업장 증설에 나선 LS일렉트릭은 증설이 완성되면 생산능력이 연간 4000억원으로 두 배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 매출 7000억원 목표"

이승욱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공장장은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변압기 시장 후발주자로서 초반에는 '레퍼런스(수주 실적)'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노후 변압기 교체 시기와 인공지능(AI)발 수요 폭증으로 찾는 고객사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수주가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3995억원)대비 급증, 올해 수주 예상 금액은 6341억원으로 예상된다. 해외 수주 비중도 지난 2019년 사업초창기 26%에서 올해 9월 70%로 급증했다. 북미지역의 유명 에너지사인 넥스테라 에너지와 아반그리드가 등 북미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다.

최근 해외 수요 폭증에 따라 오는 2027년 인도 물량까지 수주했다. LS일렉트릭은 내부적으로 2030년 초고압 변압기 매출 7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 변압기 경쟁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아낌없이 진행 중이다. 전력 변압기 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변압기 오일에 '식물유'가 확대 도입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2021년 154kV급 식물유 변압기의 개발 및 생산을 마친 바 있다. 이 공장장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식물유 변압기를 납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변압기를 납품하는 업체는 △효성중공업 △미쓰비시전기 △LS일렉트릭 3사다. 이중 LS일렉트릭만이 유일하게 현재 식물유 변압기를 납품 중이다.
이 공장장은 "2030년 이후에는 지금과 같은 슈퍼사이클이 이어질지 미지수"라면서 "3년 안에 해외 고객사들에 대한 레퍼런스를 확실히 셋업하고 이어 기술력을 확대해 경쟁사와 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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