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기술자료 유출' HD한국조선해양, 벌금형 확정
2024.10.14 08:00
수정 : 2024.10.14 0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옛 현대중공업 시절 하청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한국조선해양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HD한국조선해양에 벌금 2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 직원과 해당 자료를 경쟁업체에 넘긴 직원에게는 각각 벌금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15~2016년 협력업체인 A사에 부품과 관련한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해당 기술을 다른 업체에 제공해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사는 HD한국조선해양에 선박용 디젤엔진 피스톤 등 부품을 납품해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14년 조선 경기 부진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A사가 단독 공급하던 부품을 이원화하기로 마음 먹고 A사 경쟁업체인 B사에 피스톤 생산을 의뢰했다.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A사는 HD한국조선해양에 부품 관련 기술자료를 넘겼고, HD한국조선해양은 이를 B사에 제공했다. A사가 넘긴 기술자료에는 공정별 공정번호, 공정흐름도 등이 담긴 관리계획서와 공정별 설비명, 작업조건, 작업방법 등이 기재된 작업표준서 등이 포함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원화가 완료된 이후, 최종적으로 거래 업체를 B사로 변경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로 수사가 진행된 사건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0년 7월 하도급법을 위반한 HD한국조선해양에 시정명령과 함께 9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1심에 이어 2심은 HD한국조선해양이 B사에 유출한 자료가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고, 2심은 벌금 2500만원으로 상향했다.
1심 재판부는 "HD한국조선해양은 품질 관리를 이유로 외부 업체의 품질관리 시스템에 깊숙이 관여해왔다"며 "피해 회사를 상대로도 피스톤 제조 노하우가 담긴 4M(사람·장비·재료·방법) 관리계획서 및 작업표준서 등을 요구해 제공받았으며, 이는 품질관리 명목으로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비밀로 유지,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관련 자료 제공을 요구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