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나들이가 마지막… 전남편에 맡긴 둘째아들 사라져

      2024.10.14 18:12   수정 : 2024.10.14 18:55기사원문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아이들을 절대 안 보냈을 거에요. 말도 못하는 아이를 떼어낸 것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미안해요."

어머니 정남호씨는 잃어버린 둘째아들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정씨는 둘째아들을 찾지 못해 몇 년 전부터 마음에 병이 생기고 불면증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지난해 쓰러지기도 했다.

정씨가 둘째아들 길성호씨(사진·현재나이 39세)와 헤어진 것은 36년 전인 1988년이다.

정씨는 빚이 있다며 위장이혼하자던 전 남편과 서류를 정리하고 아이들을 보살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활고와 함께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휩싸인 정씨는 당시 8살 첫째아들과 4살 성호씨를 서울 중구 쌍림동 전 남편 집으로 보냈다. 정씨는 1년 가까이 그리움을 키우다가 아이들을 다시 찾아 나섰다.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전 남편은 '큰아들을 다른 곳에 보냈다'고 했다.
둘째아들은 '이태원에서 잃어버렸다', '죽었다'는 둥 말을 돌리면서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첫째는 전 남편이 충남 천안의 친구 아버지에게 맡겼다며 주소를 알려줘 데려올 수 있었다.

이때부터 정씨는 성호씨를 찾아 나섰다. 전 남편의 새 처남댁까지 만났지만 '성호가 부잣집 도련님 소리 듣고 산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 끝내 찾지 못했다. 당시 27살이던 정씨는 "너무 어렸고,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첫째를 데려와 키우다 보니 생활이 힘들어서 나중에는 가슴에 묻었다. 어리석게도 '시간이 지나서 만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식당에 취직해 일하다가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첫째아들을 키웠다.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성호씨의 소재를 말해 줄 전 남편은 10년여 전에 세상을 떠났다. 정씨는 사실상 성호씨를 만날 길이 사라지자 어머니인 자신을 기억해 찾아주길 바라면서 경찰에 유전자(DNA)를 등록해뒀다.

성호씨는 나이에 비해 말이 느렸다고 한다. 정씨는 "학교를 다니던 첫째는 아버지 이름, 근무처를 알기 때문에 재혼한 전 남편이 자신에게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반면 둘째는 너무 어려서 당시 상황을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씨는 경찰이던 전 남편 동료를 수소문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당시 전 남편이 근무하던 서울 중부경찰서에 근무하던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지만 개인정보 때문에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며 "저한테 전화번호를 알려줘도 될지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렇게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정씨가 기억하는 아이들과의 마지막 나들이는 전 남편과 서류상 이혼 후 셋이 서울대공원에 놀러 간 것이다.
당시 아들들과 찍은 사진도 남아 있다. 이후 정씨는 아이들을 전 남편 집에 데려다주면서 첫째아들에게 "동생과 절대 떨어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첫째아들은 학교에 다녀온 사이 성호씨가 없어졌다고 기억한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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