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기준금리 인하, 만병통치약 아냐… 추가 인하에 신중"

      2024.10.14 18:26   수정 : 2024.10.14 18:40기사원문
"기준금리 인하는 '만병통치약'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차례 금리를 내린 것으로는 민간소비 촉진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내수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추가 금리인하도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유심히 살핀 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옅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피벗에도 인하 속도 '신중론' 재확인

이 총재는 이날 "금리를 완화할 상황에 왔다는 것은 금통위원들이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며 "인하 속도 등은 금융안정 상황을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으나 국내외 금융여건 완화가 가계부채를 다시 증가시킬 수 있는 만큼 데이터를 더 확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금리인하도 역할을 하지만 여러 구조적인 요인을 같이 봐야 한다"며 "한은에서 발표한 여러 구조조정 페이퍼(보고서)가 그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최근 △최저임금 차등화 △농산물 수입 △지역별 비례선발제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 등 보고서를 통해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줄곧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한 차례 금리인하로는 (민간 소비 촉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기 때문에 앞으로 몇 차례, 어떤 속도로 하느냐에 따라서 내수진작 효과가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연 3.25%)가 긴축적인 수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립금리가 실질금리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이 총재는 "중립금리 수준을 얘기하면 시장에서 금리 조정 기대가 형성돼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실질금리가 중립금리 상단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한은이 지난 5월 말 제시한 실질 중립금리 추정치는 -0.2~1.3%로 물가 목표치(2%)를 더할 경우 1.8~3.3% 수준이다.

■'금리인하 실기론' 정면 반박

이 총재는 '실기론'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지난 8월 금통위의 금리동결 결정 이후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면서 '금리인하가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매월 발간되는 '경제동향'을 통해 고금리와 이에 따른 내수회복 지연을 경기개선 제약요인으로 평가해왔다.

이 총재는 "고물가와 싸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금리가 올라가면서 자영업자의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금리인하로 성장률만 올리는 것과 장기적인 금융안정 가운데 어디에 방점을 두는 것이 좋은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하 시기가 적절했냐는 판단은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평가해달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베이비컷(0.25%p 인하) 결정 배경에 대해서는 "0.5%p를 낮추면 부동산 수요층에서 부동산 살 시기가 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한번 상승하면 다시 내리기 힘든 부동산 가격의 특성상 기대심리를 조절해야 했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등 피벗의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올라가는 시점을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후적으로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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