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균모래’로 국내 첫 특허… "아이들 안심하고 뛰어놀았으면"

      2024.10.14 18:33   수정 : 2024.10.14 18:33기사원문
최근 어린이 놀이터 합성고무 바닥의 유해성과 환경오염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모래 놀이가 어린이 정서와 지능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무매트를 다시 모래 놀이터로 바꾸는 곳이 크게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치원, 학교, 공원 등에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의 모래 안전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아이들이 만지고 밟고 노는 모래는 과연 안전한가. 이 같은 물음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부산에 있다.

'항균 모래'로 국내 최초 특허를 받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조달청 나라장터에 '안심 모래' 업체로 등록된 ㈜나우시스템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 천상수 대표(54)는 업계에서 '모래 박사'로 통한다. 환경과 건강 측면에서 '검증된 모래'를 생산해 유통하는 사회적기업이자 주목받는 벤처기업 대표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공간에서 흙과 모래가 사라졌습니다. 놀이터는 고무매트로 바뀌고, 학교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깔렸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고무매트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푸석푸석해지고 가루가 날립니다. 모래 놀이터라고 다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정기적으로 스팀, 자외선, 약품 등으로 소독하고 있지만 일회성이기 때문에 효과가 오래가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게 하는 것은 항균모래를 사용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해 개발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천 대표의 말처럼 모래 놀이터는 1980~1990년대 주를 이뤘지만 2000년대 들어 대부분 합성고무 바닥 놀이터로 대체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학계를 중심으로 합성고무의 단점, 모래 놀이터의 장점이 속속 보고되면서 어린이 놀이터는 다시 모래로 채워지고 있다. 전국 상당수 지자체가 합성고무를 걷어내고 모래 놀이터로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모래의 안전성이다. 성장기 어린이는 환경오염 물질에 대한 신체의 흡수·배설·대사 과정이 취약하다. 손가락을 입에 넣거나, 바닥을 기고 뒹구는 습성으로 공기보다 무거운 오염물질이나 흡착된 유해물질 노출 빈도가 높다. 체중당 호흡량, 소화관의 화학물질 침투성이 성인보다 3~5배 높고, 신진대사에 의한 화학물질 제거·배출 능력이 취약한 데다 체내 축적성이 강하다는 보고도 있다.

㈜나우시스템 천 대표가 항균모래 개발에 전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 대표는 20년 넘게 방역, 선박 소독, 저수조 청소, 조류퇴치 등 위생관리 서비스를 해왔다. 2002년 업계 최초로 자동분사 방식 해충퇴치제를 생산하고 비둘기 등 조류 접근을 차단, 깨끗한 환경 조성을 이끌었다. 어린이 놀이터 모래 항균소독에 뛰어든 것은 10년 전. 부산의 주요 놀이터 소독작업을 시작했지만, 마음은 늘 개운치 않았다.

"저희는 특수제작 장비로 모래 속에 함유된 각종 이물질을 걸러내고 기생충 및 각종 세균을 깔끔하게 없애는 소독작업을 25년 가까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모래 항균 자체가 지속적이지 못합니다. 살균·소독을 한 그 순간은 효과가 크지만, 깨끗해진 모래 위에 반려동물이나 조류의 배설물이 묻으면 바로 오염이 되거든요.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항균모래 연구는 그렇게 시작됐다. 천 대표는 4~5년간의 끈질긴 연구 끝에 항균모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대장균·황색포도상구균 같은 유해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천연 식물추출물과 제올라이트를 혼합,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하고 사멸시키는 안심모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서비스업에서 제조업까지 사업영역도 확대했다.

"나우시스템의 'NOW 안심모래'는 일반모래는 물론 타사의 항균모래와 비교해 그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는 결과를 얻었고, 이를 인정받았습니다. 일회성인 소독과 달리 항균효과가 3~6개월간 지속돼 지자체나 학교, 건설업체에서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바람에 날려가거나 줄어드는 모래를 가끔씩 리필(보충)만 해주면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는 2022년 국내 최초 항균모래 특허 취득에 이어 올해 2건의 특허를 더 취득했다. '고양이 배변 안심모래' '소·염소·닭 등 가축 보조사료 안심모래'로 추가 특허를 받은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고양이 배변모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수의사협회에 따르면 고양이의 배설물은 고양이과 동물과 강아지까지도 감염시킬 수 있어 항균모래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어린이를 걱정해서 만들었지만 안심모래는 어르신 건강에도 좋습니다. 맨발로 밟아도 안전합니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부산을 비롯한 전국이 맨발길 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이 황톳길입니다. 모래는 환경보건법으로 성분 규정을 명시하고 있지만, 황토는 성분 규정이 없습니다. 비가 오면 미끄러워 낙상사고 우려도 큽니다. 앞으로 맨발로 건강을 챙기는 시민들을 위해 공원이나 학교 등에 안심모랫길을 많이 조성하면 좋겠습니다."

천 대표가 항균모래 개발에 나선 것은 ㈜나우시스템이 사회적기업인 점도 강하게 작용했다. 그는 실제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쫓아다니기보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며 20년 넘게 이웃 공동체를 실천했다.

"지금까지 부산 경남 600가구 이상의 홀로 사는 어르신 집을 청소하거나 소독해 드렸습니다. 깨끗한 공간에서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한 일인데,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어르신이 많았습니다. 그게 오히려 저에게는 더 큰 용기와 힘이 되었습니다."

그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공부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라는 것이다. 직원 모두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천 대표는 직원들이 관련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 역시도 대학에서 환경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모래위생사, 보건교육사, 산업위생 관리기사 등 모래와 관련한 자격증만 5개를 취득했다.


그의 바람은 단순하다. "무엇보다 항균모래가 많이 알려지고, 모래 놀이터에서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공간이 더 많이 생겨나길 기대합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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